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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정당방위 요건

이장영 논설위원

【Q】갑과 을이 말다툼 도중 화가 난 갑이 을에게 먼저 폭행을 가하자 곧바로 을이 반격을 가하여 갑은 안와골절, 을은 비골골절의 상해를 각 입게 되었다. 그렇다면 을은 갑의 선제공격을 받고 반격을 가하였으므로 비록 갑에게 상해를 입혔다 하더라도 정당방위를 주장하여 처벌을 피할 수 있는가?

【A】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를 정당방위라 한다. 형법 제21조는 “①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그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③전항의 경우에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은 불법에 양보할 필요가 없다.”라고 하는 기본사상을 밑바탕에 두고 있다. 정당방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①현재의 부당한 침해, ②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 ③상당한 이유 등 세 가지 요건이 구비되어야 하는데, 여기서 부당한 침해란 법질서에 의하여 보호되는 법익에 대한 사람에 의한 공격 또는 그 위험을 의미하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 중 타인의 법익이란 자기 이외의 자연인, 법인 또는 국가의 모든 법익을 총칭하며, 상당한 이유란 침해에 대한 방위가 사회상규에 비추어서 상당한 정도를 넘지 아니하고 당연시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관한 판례를 살펴보면 “싸움과 같은 일련의 상호투쟁 중에 이루어진 구타행위는 서로 상대방의 폭력행위를 유발한 것이므로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대법원 1996. 9. 6.선고 95도 2945 판결).”라고 판시하였고 또한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5도3940 판결)”라고 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피해자의 침해행위에 대하여 자기의 권리를 방위하기 위한 부득이한 행위가 아니고, 그 침해행위에서 벗어난 후 분을 풀려는 목적에서 나온 공격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4. 9. 선고 96도241 판결).”고 하면서, “강제추행범의 혀를 깨물어 혀 절단상을 입힌 경우 정당방위가 성립될 수 있다(대법원 1989. 8. 8. 선고 89도 358 판결)”고 판시하는가 하면 “이혼소송 중인 남편이 찾아와 가위로 폭행하고, 변태적 성행위를 강요하는 데에 격분하여 처가 칼로 남편의 복부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그 행위가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어 정당방위나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1. 5. 15. 2001도 1089 판결).”는 상반된 판결을 내리기도 하였다.

따라서 위 사안의 경우 을이 갑으로부터 먼저 선제공격을 받았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는 정당방위가 성립될 수 없고, 위에서 적시한 사회적 타당성, 상당성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만 정당행위가 인정되어 처벌을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장영 법학박사 / 본지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