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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설날의 포켓몬고

지난 28일 설날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즐기며 시간을 보낸 것은 무엇일까? 윷놀이, 고스톱, 영화보기 등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러나 경험과 상식을 뛰어넘는 놀이가 정답으로 나왔다. 바로 포켓몬고 게임이다. 길을 따라 나타나는 몬스트를 잡는 스마트폰 게임이다. 설날 하루 동안만 이 게임을 즐긴 사람이 무려 524만 명으로 기록되고 있다. 우리 국민 10명중 1명이 이 게임을 하고 논 것이다.

1월 24일 공식적으로 출시되어 인기를 누리는가 했더니 급기야 제사를 지내고 가족들과 담소를 즐기며 가족애를 돈독히 해야 하는 이 날 몬스트라는 캐릭터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국민들을 길거리로 공원으로 끌고 가고 만 것이다.

이미 시민들의 여가시간은 스마폰이 점령한지 오래다. 학생들은 공부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어른들은 일하는 시간이 아니면 집에서나 직장에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논다. 통학할 때나 통근할 때는 어른 내 할 것 없이 짬만 나면 손가락으로 스마프폰의 화면을 열심히 두들기고 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더라도 반갑다고 몇 마디하고 나면 각 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 일쑤다. 즐겁게 웃으며 놀다가도 전화벨이 울리면 우선순위는 전화의 상대방으로 옮겨진다. 바로 스마트폰의 마력 때문이다.

평소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부모님이나 가족들도 같이 즐기며 시간을 보내기는 쉽지 아니하다. 스마트폰이 끌어당기고 포켓몬고가 불러내기 때문에 얼굴을 마주하고 있을 시간이 없는 것이다. 옛날에는 그래도 윷놀이를 하든지 고스톱을 벌이든지 같이 둘러 앉아 같이 고함치고 같이 웃곤 하였으나 이번 설날에는 제사만 같이 지내고는 곧 바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슬그머니 길가나 동네 공터로 사라진다. 스마터폰의 몬스터가 같이 놀자고 은근히 유혹하기 때문이다.

포켓몬 고는 캐릭터를 잡는 짜릿한 쾌감이 있는 대신에 생명을 담보해야 하는 위험성이 따른다. 4차선대로나 8차선대로를 겁 없이 이놈을 따라 걸어가고 심지어는 길 위를 달리는 운전 중에도 “날 잡아 봐”라고 하면서 유인을 해된다. 게임 시작 전에 경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변을 살필 것”, “위험장소는 가지 말 것”이라고 하는 경고가 뜨기는 하지만 한번만 터치하면 이는 바로 지나가버린다. 본래 게임이란 것이 위험성이 따를수록 묘미가 있으니까 무불가리지 않고 덤비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래간만에 만나는 설날 가족공동체의 끈끈한 정과 오래간만에 나누는 정겨운 담소까지도 몬스터라는 괴상한 캐릭터에 빼앗겨서야 어떻게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핏줄로 묶여진 사회공동체가 요상스런 기계와 희한한 전자게임에 농락당해서야 어떻게 은은한 웃음과 잔잔한 행복으로 채워질 수 있겠는가?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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