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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원자력발전소와 솔로몬의 지혜

서울행정법원은 월성 1호기 인근주민 강모씨 등 2167명이 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안위가 2년전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수명을 10년 연장한 결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을 근거로 원고측은 수명연장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낼 방침인 반면에 원안위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서 항소에 나설 방침이다. 원자력발전소의 연장가동문제를 두고 원고와 피고측의 생각과 행동이 정면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의 결정취소판결 이유는 절차와 형식상의 문제로 보인다. 한수원이 운영허가 변경사항 전반에 대하여 비교표를 만들지 않았고, 원안위 과장이 허가사항을 전결 처리하였으며, 원안위 위원9명중 2명이 법적 결격사유가 있는데도 심의, 의결에 참여한 점 등이 수명연장결정의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원전의 연장여부의 배경에는 두 가지 가치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 하는 가치선택의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우리나라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가장 비중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경제적 효율성에 있어서도 다른 에너지발전시스템을 능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원자력발전은 잠재적 위험성이 가장 크고 치명적인 발전시스템에 속한다. 이렇게 보면 경제적 효율성과 안전에 대한 위험이라는 상반적 가치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발전시스템이 바로 원자력발전소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하여 원자력발전소의 확대를 추진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독일, 일본과 같이 안전성을 중시하여 원자력발전소를 축소 조정하는 나라가 있다. 두 가치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느냐 하는 것은 그 나라의 사회경제적 발전정도, 원자력발전기술의 정도, 국민들의 가치체계 등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그 중에서 노후화된 원자력발전소의 운행연장문제를 결정하는 상대적으로 중요한 기준은 기계설비의 노후와의 정도, 달리 말하면 위험성의 정도일 것이다. 이번 법원판결에서 원전연장결정의 취소근거의 하나로 안전성평가에 최신기술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는 것은 적절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안전성평가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원안위에 잘못이 있다는 판단은 현재로서는 법원이 찾아낼 수 있는 일종의 솔로몬의 지혜라고 생각된다.

정부는 공공정책의 결정과정에 이런 대립되는 가치를 두고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정책딜레마이다. 이런 문제에 직면하여 결정과 선택을 해야 할 때 요구되는 것은 개인이나 집단적 이익보다는 공익이나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하여야 하는 것이 긴요하다. 이는 근래 최순실씨 국정농단에서 드러나고 있는 공직윤리의 붕괴에 관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