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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경세 도입에 현대차, 미국차의 최대 10배의 가격상승 못피해

현대자동차는 미국이 국경조정세가 실제로 도입된다면 미국차의 최대 10배에 이르는 가격인상폭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미국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바움 앤드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국경조정세 도입 때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평균 가격이 약 8% 오르면서 연간 200만대 판매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기아차의 가격 인상폭은 1대당 2천704달러로, GM(995달러)이나 포드(282달러)의 2.5∼9.6배 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차와 경쟁관계인 도요타와 닛산은 현대·기아차보다 소폭 적은 2천651달러와 2천298달러가 오를 전망이다. 혼다의 인상폭은 이보다 적은 1천312달러다.

미국 현지생산이 전혀 없는 재규어·랜드로버는 1대당 1만7천달러의 가격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코트라(KOTRA)는 '미국 국경조정세 도입 동향과 우리 경제·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 통계를 인용하며 "미국이 국경조정세를 법제화한다면 우리나라의 대(對) 미국 주요 수출품이 불가피하게 피해를 보는 등 후폭풍이 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경조정세는 기업제품이 판매되는 곳을 과세기준으로 삼아, 수출은 비과세하고 수입비용은 과표에서 공제해주지 않는 제도다. 수출기업에는 세금감면의 효과를 수입기업에는 세금인상의 효과를 불러온다.

지난해 6월 미국 하원 공화당이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해결할 대안으로 제시한 국경조정세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소지가 있고 민주당은 물론 일부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크게 강화됨에 따라 국경조정세의 도입 가능성도 함께 커졌다.

코트라는 국경조정세가 현실화되면 미국의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수입산 소비재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휴대전화, 가전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이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급감하는 것도 우리 경제에 부정적이라고 코트라는 판단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국경조정세 도입 시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체 수출액의 10%가량인 460억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트라는 "이 경우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 전자·반도체·석유화학 기업에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도 0.36% 동반 감소한다"고 추산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아직 국경조정세 도입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현실화될 경우 우리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직·간접적 부정적 영향이 우려스럽다"며 "현지 진출 강화, 상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수출모델 개발 등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