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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더 이상 검찰포토라인 서는 대통령이 없어야 한다

어제 박근혜 전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결국 검찰청 앞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포토라인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14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고, 몇 시간 정리한 뒤 21시간 만에 오늘 새벽 비로소 집으로 돌아갔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긴 조사기간 이었다.

이런 사실은 모든 국민들에게 매스컴을 통하여 알려졌고 외신을 통하여 세계 각국에 전파되었다. 탄핵을 반대한 사람은 물론 찬성한 국민들까지도 마음이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이는 대통령 개인의 불행과 정치발전의 저해요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국격이 심대하게 훼손되는 사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똑 같이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야 했고, 이들 중 두 사람은 영어의 몸이 되었고, 한 사람은 조사를 받고 나와서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었다. 대통령으로서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던 사람들 치고는 너무나 비극적 종말이고 외국에 보도되면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네 사람의 전직 대통령의 종말이 그러하고 또 다른 대통령들도 거의 예외 없이 아들이나 친인척 비리로 참담한 심정으로 임기를 마치는 비극적 정치사가 더 이상 이 땅에 재연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가지 차원에서 정치적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는 권력구조에 관한 제도적 혁신이요 다른 하나는 정치문화의 혁신이다. 우선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구조를 헌법 개정을 통하여 변경해야 한다. 이미 50일 정도 밖에 남지 않은 대선이 본격화되어 이번 정부에서 헌법을 개정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져 버렸다. 다음 정부에서는 집권초기에 헌법을 개정하여 대통령 중임제든 이원집정부제든 아니면 의원내각제든 지금의 대통령중심제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치문화의 혁신이다. 권위주의 시대의 1인 중심 통치방식, 특정 정파의 계파중심 권력독점, 권력지상주의와 부조리한 정경유착 등은 우리나라에 시급히 뿌리 뽑지 않으면 안 되는 잘못된 정치문화이다. 이번 박전대통령의 탄핵사건도 바로 이런 정치문화에서 탈피하지 못해 빚어진 정치적 참극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이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는 일이 없게 하자면 대통령 혼자의 노력으로 불가능하다.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고위 공직자, 검찰, 경찰과 같은 사정 및 수사기관 종사자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항상 바른 자세로 일해야 하며, 언론 또한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도록 힘을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박대통령 탄핵은 비극이기는 하지만 위정자와 국민들에게 분명한 역사적 교훈을 하나 남겼다. “국민들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침몰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대통령이나 정치적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이런 무서운 역사적 교훈이 결코 헛말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