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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나 홀로' 사장 14년래 최대 증가

경기불황과 취업의 어려움으로 인해 14년만에 가장 많은 자영업자가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자영업자 수는 552만1천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3천명 늘어났다. 2002년 4월의 22만명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자영업자 중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나 홀로 사장)는 지난 2월 395만4천명으로 작년 2월보다 13만7천명 늘었다. 2002년 3월의 16만8천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규모다.

불황으로 취업이 어려워 자영업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이들 중 상당수는 충분한 자본이 없어 종업원 없이 개업을 하는 것이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재취업 기회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실업자들과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영세 자영업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는 창업이라기 보다는 '취업의 대안'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등 떠밀려서 나 홀로 사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경기가 좋지 않아 자영업 매출이 부진하고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었는데 빚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연 매출 1천200만∼4천600만원 미만인 자영업자 비중이 30.6%로 가장 컸다. 1천200만원 미만 자영업은 21.2%였다.

자영업자 과반의 월평균 매출이 383만원 미만이라는 의미다. 383만원에서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등을 빼면 실제 손에 쥐는 소득은 거의 없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장사하면 할수록 손해라고 하소연한다.

한국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 보고서를 보면 작년 말 현재 자영업자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 규모는 480조2천억원으로 추산됐다.

1년 전인 2015년 말(422조5천억원)보다 57조7천억원(13.7%) 늘었다.

올해들어 가계대출은 둔화되는 듯 하지만 자영업자 대출 계속 늘고있다.

불황에 매출이 부진하고 신규 창업 수요까지 가세한 영향이 크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2월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82조2천861억원으로 1년 전인 작년 2월(166조6천449억원)보다 9.78%(16조2천412억원) 늘었다. 작년 말에 견줘서는 두 달만에 1조8천664억원이 증가했다.

자영업자, 특히 영세자영업자들의 대출은 금리 상승에 상당히 취약하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오르면 폐업위험도가 7.0∼10.6% 올라간다고 예상했다.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의 폐업위험도가 10.6% 상승, 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분당의 이 씨처럼 중년층이 직장에서 은퇴한 후 많이 차리는 소규모 식당이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대출금리 상승이 임대료 증가보다 자영업자의 폐업위험도를 훨씬 높이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일방적인 대출 규제는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정책금리 지원, 제1금융권 대출을 위한 담보력 지원 등을 병행한 유연한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비가 올 때 우산을 뺏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상반기 중으로 자영업자 대출 관리와 지원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