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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6만 명의 취업포기 청년들

지금 우리나라에는 135만 명의 실업자가 존재한다. 5%대의 실업률은 산업화이후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높은 실업률이다. 이와 같이 높은 실업률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사는 청년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2월말 기준 36만명이 취업을 할 의사를 지니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취업을 포기한 것은 일이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취업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취업에 도전할 의지를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부모님 아래서 기식하고 있다. 일종의 캥거루이다. 대학까지 졸업하고 놀고먹는 생활이 그리 행복할 리가 없다. 이들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무기력하고 소외감을 느끼며 사회와 점점 유리된다. 일부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없지 않다.

이런 사회현상의 발생원인은 무엇일까? 단순히 놀고먹는 젊은이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 것인가? 좀 더 심층 분석을 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으르고 무력하여 취업을 포기한 사람은 적고 청년백수가 많은 데는 사회구조적 요인과 교육정책의 실패에 더 큰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산업사회는 자동화, 전자화 등으로 이미 많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으며, 근래는 대부분의 대형공장이 국내 보다는 중국, 동남아, 심지어 미국 등에 지어져 우리나라에는 노동수요를 유발할 제조업체가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런 현상이 어제 오늘 생긴 것이 아니라 산업의 발달과정에 자동적으로 발생했고, 세계화가 보편화되는 과정에 우리나라에서노동운동이 보편화되고 임금수준이 높아지면서 외국으로의 공장이전이나 공장증설이 일반화되었다.

노동공급을 하는 대학에서는 수십만 명의 졸업자를 매년 배출한다. 70% 이상의 높은 대학진학률로 고급노동자가 많이 배출되지만 이들이 공부한 지식은 산업사회와 정보화사회에서 그리 쓸모가 없다. 그래서 노동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현상이 심하다. 게다가 대졸자는 저임금 사업장에는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때문에 중소기업에서는 사람이 부족하고 대졸자는 일자리가 부족한 현상이 보편화된다. 이는 수십년간 지속된 우리의 대학을 중심으로 한 교육정책실패가 빚어낸 비극이다.

이와 같이 사회구조적 변화와 대학교육정책 실패로 형성된 취업포기청년들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이들은 다음 세대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인력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청년수당 몇 푼 주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재교육, 심리치료, 고용기회 확대, 창업기회부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편입을 위한 처방을 제시하고 정부가 아낌없는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실업대책이라고 하는 사회정책적 차원뿐만 아니라 내수 진작을 위한 기반조성이라고 하는 경제정책적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