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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말 바꾸는 현대·기아차..'도덕성'은 제조사가 만드는 것

"국내는 문제 없다고 하지 않았나? 왜 이렇게 자꾸 말을 바꾸나. 미국과 차별한다고 밖에 생각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이래서 소비자들이 어떻게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한 도덕성에 대해 신뢰감을 가질 수가 있겠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들 통해 듣게 된 말이다. 지난 해 하반기 이른바 '내부 고발자'인 김광호 현대차 전 부장은 현대차의 문제점을 외부에 알렸다. 문제를 숨기면 결국 현대차가 더 큰 화를 입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현대차 품질 논란을 제기한 김 전 부장은 1991년 현대차에 입사했고 연구소와 생산부, 엔진품질관리부, 품질본부, 구매본부 등을 거치며 25년간 현대차에 몸 담아오다가 리콜 은폐 의혹 등을 제보한 이후 해고됐다. 현대차는 지난 해 10월 24일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를 논의했고 그에 대해 해고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같은 해 11월 2일 김 전 부장에게 통보했다.

김 전 부장은 2015년 2월부터 9월까지 현대차 품질전략팀에서 근무했는데 이때 다뤘던 자료들을 토대로 현대차의 품질 문제, 차량 결함 축소·은폐 문제를 언론사와 국토교통부,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 등에 제보했다. 이런 그의 행동에 대해 "미국 포상금을 노리고 한 일이다"라는 등의 말이 나오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무작정 제보 방식을 택한건 아니었다. 그러기 전 여러 차례 회사 내부에 품질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내부 고발이란 항상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위계질서로 인해 이런 행동을 하는 이는 내부로부터의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고 그 무서움을 알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들은 이런 길을 택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 문제를 숨기게 되면 현대차를 구매한 이들이 사고를 당할 위험이 커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후에는 더 큰 화를 입게 될 거라고 판단해 제보를 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 해, 현대차가 국내에 시판 중인 일부 차량의 세타2 엔진과 관련해 결함을 은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국토부는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 해 10월 세타Ⅱ 엔진을 탑재한 국내 시판 차량의 보증기간을 미국과 동일한 기준으로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앞서 2015년 9월 미국에서는 세타2 엔진을 장착한 2011~2012년식 쏘나타(YF) 47만대를 리콜해 미국과 차별한다는 비난이 나왔다.

지난 7일 현대·기아차가 세타2 엔진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발표했다. 그는 당시 "현대차가 쏘나타(YF) 등 일부 차종에서만 세타2 엔진 결함이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결함이 있는 차종은 더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김 전 부장은 지난 달 23~24일 32건을 제보했다고 한다. 이중 11건에 대해 심의한 결과 4건에 대해 리콜 결정을, 7건은 무상 수리 등 조치를 취하도록 결정했다. 이 4건은 제네시스와 에쿠스 차량이다. 2011년 생산된 모델로 캐니스터 결함이 발견 돼 총 6만8000여대가 리콜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대차는 4건 다 리콜 필요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이 7건에 대해서도 리콜 필요 여부를 계속 검토할 계획이다. 그가 제시했던 것들이 모두 맞았던 것이다. 앞으로 추가 검토가 이뤄지게 되면 리콜은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세타2 엔진 문제는 운행 도중, 엔진이 정지될 수가 있는 사인이고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러나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이 리콜되면서 같은 엔진이기 때문에 국내 시민단체 등에서도 리콜 필요성에 대한 제기를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국토부는 리콜조치 필요 여부를 결정짓기 위해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에 이달 20일 상정할 계획이던 와중, 지난 3일 현대·기아차는 국토부에 리콜 시행 의사를 밝혔다. 또 6일에는 리콜 계획서를 제출하며 제작 결함을 인정했다. 국토부의 결함 조사 결과가 나오기 직전에 리콜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결함을 은페하려다가 국토부 조사가 진행되어가자 뒤늦게 리콜 계획을 밝힌거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미국과의 차별 문제가 다시금 불거졌다. 이번 일을 두고 "왜 이제서야 이같이 결정을 내린건가"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국내에서의 자발적 리콜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발생한 결함 부위와 국내 발생 결함 부위가 다르다고 발표했지만 이에 대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설명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조립시 청정도 문제라고 했고, 국내는 공정상에서 오일 구멍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지만 전문가들은 "결국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사안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불신감을 키운다는게 문제일 것이다. "아니다"라고 우기다가 말을 번복하고 늑장 부리는 모습을 보이며 소비자의 안전을 등한시 하는 모습을 나타낸다면, 그런 모습은 그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게 되고 제조사의 도덕성은 소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