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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취업자' 무급男 15만명… '출혈 경쟁' 자영업자 비용 절약 안간힘

경기 불황의 장기화로 인해 보수를 받지않고 가족 일을 돕기만 하는 무급 남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남성 무급가족종사자는 15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만6천 명(11.7%) 증가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2분기 2만 명(12.8%) 증가한 이후 9년여 만에 가장 큰 것이다.

무급가족종사자는 같은 가구 구성원 중 한 명이 경영하는 음식점이나 회사 등 사업체에서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을 뜻한다.

취업자로 분류되는 무급가족종사자의 노동시간 기준은 주당 18시간으로 수입을 목적으로 일하는 일반 취업자 기준(1시간 이상)보다 훨씬 길다.

남성 무급가족종사자는 지난해 2분기 1.6% 증가한 이후 3분기 1.9%, 4분기 6.9% 등 증가하는 등 4분기 연속 증가 폭이 커지면서 더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남성 무급가족종사자의 급증은 경기 불황에도 계속되는 자영업자 증가세와 높은 청년 남성 실업률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구조조정 등 경기한파로 고용시장에서 내몰린 실업자들과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소규모 창업으로 몰리면서 자영업 경기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실제 2015년 기준 연 매출 1천200만∼4천600만원 미만인 자영업자 비중은 30.6%로 가장 컸고 1천200만원 미만 자영업은 21.2%였다. 자영업자 과반의 월평균 매출이 383만원 미만이라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청탁금지법까지 겹치면서 음식·숙박업의 체감 경기는 최악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 1분기에만 자영업자가 17만명이나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자영업 시장의 출혈 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무급가족종사자 증가세가 점점 더 빨라지는 것은 인건비 등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자영업자들의 슬픈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취업자가 15개월 만에 최대치인 46만6천명 증가했지만 여전히 고용의 질은 좋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남성 무급가족종사자의 증가세 확대는 최근 자영업자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