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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정부의 5개년 국가발전계획, 제대로 세워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5년 동안 추진할 주요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가기획자문위원회가 그 역할을 맡는다. 사업의 성공여부는 계획에 달려 있다. 그런 측면에 볼 때 이번에 만들어지는 사업계획은 새 정부의 성패를 가름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5개년을 사업기간으로 하는 중기계획을 작성하기에는 남아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지만 국정경험이 풍부한 위원장과 각 부처의 유능한 엘리트관료들이 최선을 다한다면 그런대로 만족할만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중기계획이 그럴듯한 모습을 갖추자면 몇 가지의 조건을 먼저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계획의 실현가능성이다. 정부가 만들어내는 중장기계획은 보기에는 멋지나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 이는 종이위의 계획으로 끝나는 지상계획이다. 필리핀의 마르코스정부에서 이런 계획이 많았고, 우리나라의 지난 박근혜정부가 만든 3개년 국가발전계획도 결국 이런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자원조달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기술적으로 실현될 수 없는 계획들이 많거나 사업기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사업들이 포함되면 전반적으로 중기계획은 실패로 끝나게 된다.

둘째, 사업의 체계성이다. 각 부처에서 집행되는 공공사업과 정책들은 상호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주요사업들은 우선순위와 상호관련성이 명백히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수많은 사업들이 무질서하게 배열되어 있으면 충돌이 일어나고 자원경쟁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일정한 사업기간 내에 부처별 사업의 우선순위가 분명하게 규정되고, 관련 사업에 대한 영향이 잘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셋째, 사업의 불가피성이다. 한정된 기간 내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면 안 된다. 단순히 대통령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하였다고 해서 중기 발전계획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사업이 있을 수도 있고, 공약 중에서는 흔히 동원되는 재정이 확보될 수 없는 것도 있고, 정책의 본질상 부작용인 역기능 때문에 집행이 어려운 것들도 있다. 따라서 중기계획을 작성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선거공약을 하나의 ‘참고사항’정도로 생각하고 계획서를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넷째, 사업목표의 적정성이다. 흔히 중장기계획에서는 국민들이 보기에 좋도록 과도한 목표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명박정부의 747계획이나 박근혜정부의 474계획은 지나고 보니 전혀 그 목표가 달성되지 못한 꿈을 그린 것이 되고 말았다. 이런 계획에 비추어 국정평가를 하면 두 정부는 완전히 ‘실패한 정부’가 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새 정부의 이번 중기계획은 사업목표의 현실적합성과 사업의 타당성을 확보하는데 전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하루의 성공여부는 아침에 세우는 계획에 달려 있고, 일 년의 성공여부는 신년초에 세우는 계획에 달려 있다. 그리고 정부 5년의 성공여부는 바로 이번에 세우는 중기발전계획에 달려 있다. 이 점을 명심하여 정책당국의 관련당사자들은 이상은 분명하게 하되 너무 욕심은 부리지 말고, 국정경험과 자신이 지닌 지식을 충분히 동원하여 중기계획을 세우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