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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OPEC 원유 감산연장에도 5%안팎 급락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생산 감축 일정을 9개월 연장한다는 성과물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감산연장론이 일찌감치 국제유가에 반영된 탓에 정작 빅이벤트 당일엔 매물이 쏟아졌다. 루머에 사고 뉴스에 파는 전형적인 패턴이 반복됐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6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2.46달러, 4.8% 급락한 배럴당 48.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7월 인도분은 2.65달러, 5% 이상 급락하며 배럴당 48.71달러까지 밀렸다.

감산연장 기대감 속에 지난 19일 50달러를 돌파한 이후로 일주일 만에 다시 50달러 선을 내준 것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6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2.51달러, 4.65% 떨어진 배럴당 51.4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5% 안팎 주저앉은 것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OPEC 회의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날 OPEC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올해 6월까지인 감산 일정을 내년 3월까지 9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러시아 등 비(非)회원 산유국들도 감산연장에 동참한다.

감산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된다면 내년 1분기까지 석유 수급이 최근 5년 평균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OPEC의 판단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석유재고는 1분기 말 기준 30억4천500만 배럴로 5년 평균치보다 3천만 배럴 많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감산연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던 시장은 감산 규모에 더 주목했다.

하루 총 180만 배럴인 감산 규모를 추가로 늘리지는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장중 급락세로 돌아섰다.

바클레이즈의 마이클 코헨 에너지시장 연구팀장은 CNBC에 "시장은 감산 규모 확대나 원유수출 축소 같은 금상첨화의 호재를 기대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공격적인 셰일오일 생산을 최대 변수로 보고 있다.

미국의 원유생산은 지난해 10월 하루 845만 배럴을 저점으로 늘어나 이달에는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인 하루 930만 배럴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중순 대비 10% 이상 늘어난 규모다.

OPEC 회원국 가운데 감산 합의에 동참하지 않은 리비아와 나이지리아가 국내 정세에 따라 증산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