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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대통령의 정치적 딜레마

문재인정부는 지금 인사문제를 두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5대 비리 공직배제를 크게 외치다 자승자박에 걸려 인사문제가 꼭 막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처음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5대 비리 공직배제원칙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에 걸리는 자는 공직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은 얼핏 보면 당연하고도 그럴듯한 공직인선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의 바탕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이상적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그리 쉽지 많은 않다. 인간이란 존재가 본래 머리는 이상을 그리지만 발은 현실에 두고 있기 때문에 도덕적이고 합법적인 조건을 갖추면서 살아가기 어렵고 더욱이 정치인들은 복잡한 경쟁의 영역에서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합법적 영역 내에 머무르기가 더욱 어려운 것이 보통이다. 정치란 것이 본래 현실에 발을 디디고 머리로 이상을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재인대통령은 정부출범 초기 내세운 5대 원칙을 외치다 자승자박에 걸려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후보자 등이 위장전입 등 논란에 걸려 인사진행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낙연 무총리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난항을 겪으면서 청와대와 박근혜정부시절의 각료들이 어정쩡한 동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임기 초 높은 지지율을 믿고 인사를 강행하자니 여소야대정국의 협치가 어려워질 것 같고, 야당요구대로 임기초반 유감을 표명하고 물러 서자니 국정동력을 상실할 것 같다. 말하자면 인사관리에서부터 딜레마에 빠진 결과가 되었다. 문정부는 과감한 결단을 통하여 이런 정치적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국정초기에 동력을 상실하면 어려운 경제난을 타개할 수도 없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자리를 제대로 확보할 수도 없다.

그러면 문정부가 지금 봉착하고 있는 정치적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방도는 무엇인가? 대통령이 바로 대타협의 선도자가 되는 것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되 그 기준은 국가발전과 공익의 극대화여야 한다. 여소야대정국에서 어차피 권력은 분점되어야 하고 국정추진의 기본자세는 유연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한시적인 박정부와의 어색한 동거는 국익 극대화의 깃발아래 무난하게 조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박정부와의 동거는 이념과 추진동력이 다르니 그리 길지 않은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