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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작은 정부와 큰 정부

레이거노믹스가 아메리카를 집배하고 공급중심의 경제이론이 미국을 풍미할 때 정부는 작은 것이 좋다는 이른바 작은 정부론이 득세를 하였고,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새 정부가 들어설 때면 공무원 수를 줄이거나 적어도 증원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유행하였다. 정부가 사용하는 예산이나 자원을 축소하여 민간이 많은 자원을 사용케 함으로써 경기를 회복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려 하였다. 정부의 방만한 운영과 예산낭비를 막기도 하고 자본주의경제의 효율성은 그렇게 해야 높아질 수 있다고 보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이런 논리와 정책기조를 추종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대책은 이와 상반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81만개 창출하겠다는 것이 문정부의 일자리 대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문정부는 임기 내에 소방, 경찰, 사회복지, 부사관, 근로감독관 등 안전과 복지중심 일자리를 17만 4천개 늘리고 공공기관의 직접고용전환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 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 증대를 목표해서 출발하는 이런 정책은 공공서비스의 양과 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동반되지 않으면 인적 물적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고 결국 정부실패로 귀결되고 만다. 20세기말 적지 않은 자본주의 국가들이 이런 경험을 겪은 바 있다.

그렇다면 공공서비스의 양적 질적 개선을 일차적 목표로 설정하고 이런 일차적 목표를 추구하다 보니 공공부문의 일자리가 증대하게 된다는 사고가 올바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목표와 수단이 제대로 정립되어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자리 증대는 문정부의 최우선 정책이요 가장 역점을 두는 시책이다. 실업자가 많은 상황에서 고용정책은 우선순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떤 부문의 일자리 증대에 주력하며, 어떤 방법으로 일자리를 늘려나가느냐 하는 것은 경제회복 및 성장정책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경기가 좋아지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서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공공부문 일자리는 많아져 큰 정부로 변화되었는데 성장잠재력은 감소하고 경제 활력은 줄어든다면 이는 실패한 경제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부의 공공서비스 증대와 양질의 서비스제공은 지속되기 어렵다.

따라서 일자리 대책에 종사하는 정책담당자들은 기계적으로 일자리 늘리기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큰 정부의 실패가 왜 작은 정부의 출현을 가져왔는지, 그 역사적 교훈도 충분히 유념하면서 일자리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영종 박사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