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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소야대정치제제에서는 유연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여소야대정국에서 유능한 대통령의 리더십 유형은 민주적이고 유연한 자세를 지닌 리더십이다. 인사관리, 법률의 제정 및 개정, 예산의 심의 의결은 모두 국회를 통고해야 한다. 국회에서 야당이 협력하지 않으면 국정은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이다.

지금 문대통령이 당선되고 국정을 끌고 가기 시작한지 한 달이 훨씬 지났지만 각료 임명등 정부구성이 아직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정부구성의 한 요소인 정부조직법 통과와 새 정부 최대의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추경예산도 국회에서 멈추어져 있다. 문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80%를 넘고 있는 것과 퍽 대조적 현상이다.

새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전개하면서 어려운 경제문제와 꼬여져 있는 안보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속도를 내어야 할 때 왜 정국이 이렇게 고착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인사문제와 정책판단에 대한 대통령 및 여당과 야당의 시각차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인사문제만 하더라도 문대통령과 여당은 당초 내정된 후보들을 모두 임명하려고 하고 야당은 문대통령이 내세운 5대 비리에 걸린 사람들은 약속대로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추경안에 대하여도 대통령과 정부는 역대최고인 청년실업률 해소를 위하여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보는 반면에 야당은 경제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는 그리 절실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여야 간에 존재하는 시각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야당의 협조가 쉽지 않은 정치의 본질을 꿰뚫은 김대중 대통령은 여소야대의 애로를 타개하기 위하여 장관자리까지 내어 주면서 야당을 통합 또는 흡수하려하였고, 정치적 기술이 높지 못하였던 노태우 대통령조차 3당 합당으로 정치적 동력을 회복하려고 했다. 유럽 각국들은 내각의 공동구성과 권력의 분점을 통하여 정국을 무난하게 끌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에 박근혜정부는 여소야대의 정권구조에서조차 권력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일방통행식 정국운영을 하다가 해야 할 일은 제대로 못하고 민심에 이반하는 정국관리를 하다가 결국 처참한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문대통령은 앞서간 대통령들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앞으로의 정치가 순조롭게 항진되도록 각별히 신경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공공행진을 하고 있는 지금의 국민지지는 국정운영이 실패의 기미를 보이는 순간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야당도 정치권력의 한축이요 정부운영의 동반자라는 사실을 말로만 해서는 안 되며 정부구성, 예산관리, 정책결정의 모든 분야에서 국민과 야당이 느낄 수 있는 조치를 먼저 해 나가야 한다. 그 전제는 대통령이 완고한 자세를 벗어나 유연한 리더십을 행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