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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인권 실체 드러낸 웜비어 사망에 대한 대응

북한으로 관광여행을 떠난 멀쩡한 대학생이 억류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돌아와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불귀의 객이 된 오토웜비어는 고등학교 때 육상선수를 할 만큼 건강한 젊은이었다. 그런데 웜비어는 관광차 북한에 갔을 때 정치선전물을 훔치려 하였다는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받고 복역을 한 사실이 있다. 고문을 받은 흔적은 없지만 신체 건강한 청년이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 돌아온 이후 사망한 정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사회는 온통 들끓고 있다. 의회, 언론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소리가 높은 가운데 혹자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까지 언급하는 처지다.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북한의 잔혹성을 규탄한다”고 말하고 미국무부도 “부당한 감금과 관련해 반드시 북한에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가까운 친척이나 고위 관리까지도 김정은의 눈 밖에 나면 파리 목숨 같이 처단해버리는 북한 정권의 인권상황를 고려하면 이런 사고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최강 미국시민의 인권까지 이렇게 유린하는 북한정권의 무모함과 잔혹성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문 대통령 명의로 조전을 보내어 웜비어 유족을 위로하고 문 대통령이 북한의 부당한 행위를 질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 사건이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사건이 바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을 바로 앞에 두고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나아가 북핵해결을 시도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인도주의 차원의 남북교류를 허용하기로 하고 그 일환으로 지난 19일 북한 태권도 시범단의 한국방문을 허용하였다.

우리 정부의 이러한 정책기조에 대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사드배치 문제와 대북한 대응조치에 대하여 양국 간에 이견이 존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잘못하면 처음 개최되는 한미 간의 정상회담이 무위로 끝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 외교 안보의 앞날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회담이 성공적이 되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과 한국 외교팀의 지혜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북한도 인권 탄압국가라고 하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재 억류 중에 있는 한국인 6명과 미국인 3명을 조속히 풀어줘야 한다. 이것만이 남북관계나 북미관계를 평화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