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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책딜레마에 빠져 버린 최저임금인상

정부가 공공정책을 결정함에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여 나국에 빠진 것이 정책딜레마이다. 우리 정부의 임금인상문제가 바로 그런 정책딜레마에 빠져 있다. 문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건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이제 정책시행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으나 시행방법을 두고 국민과 정부, 그리고 근로자와 노조가 동의할 수 있는 정책대안이 발견되지 않아 정책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갈등의 주요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본래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결정토록 되어 있다. 노사 및 공익대표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 최저임금을 심의하여 결정토록 되어 있다. 그런데 문대통령은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현재의 시간당 6,470원에서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하였다. 3년에 걸쳐 연 평균 15.7%를 올려야 1만원 까지 올라 갈 수 있다. 이것도 쉽지 않은데 노총에서는 당장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집단시위를 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하여 정부가 법으로 임금의 최저한도를 규정하는 사회정책의 제도적 산물이다. 임금은 생계수단이면서 노동원가이고 국민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의 하나이기 때문에 노, 사, 공익 3자 대표로 구성되는 위원회에서 신중하고도 공정하게 결정하도록 해 놓았다. 그러므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아니며 근로자의 소득상승과 더불어 그 사회경제적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단번에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들도 알고 있다. 연평균 15.5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근래 우리나라는 몇 년째 2% 저성장 늪에 빠져 있고, 현재의 최저임금수준도 국민소득대비 최저임금수준이 OECD국가 중에서 8위로 그렇게 낮은 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갑자기 단기간에 가파르게 상승하면 한계기업의 저임금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어버릴 위험이 커진다. 요식업계에서는 시급이 1만원이 되면 노인, 미숙련근로자 등 27만 명이 직장을 떠나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시애틀의 최저임금인상으로 공용이 크게 줄고 저임금근로자의 총소득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최저임금인상은 근로자의 소득상승과 일자리 유지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임금문제의 해결은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위한 정치적 선언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정책의 합리성과 역기능의 최소화라고 하는 관점도 무시하여서는 안 된다. 따라서 최저임금인상이라고 하는 정책딜레마를 벗어나는 방법은 던져진 목표를 잊지 않되 가장 합리적 대안을 탐색하기 위하여 정책담당자와 전문가, 그리고 국민들이 깊이 고민하고 논의를 거듭하는 것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