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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원폭투하 추도식…아베 "핵금지조약 반대"에 피폭단체 '반발'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 투하가 이뤄진 일본 히로시마(廣島) 현에서는 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시민 등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원폭 희생자 위령식·평화기원식'이 열렸다.

원폭투하 72년을 맞이한 이 날 히로시마시 평화기념공원에 모인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추도하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의지를 다졌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피폭자 건강수첩을 가진 피해자는 16만4천621명이며, 평균 연령은 81.4세였다.

피폭자 건강수첩은 일본 정부가 히로시마 및 나가사키(長崎) 원폭투하에 따른 피해자로 인정된 사람에게 발급해 왔다.

이들에게는 의료비나 간병비 등이 지급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피폭 당시 일본에 살다가 귀국한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피폭 사실을 입증하라고 요구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날 행사장 안팎에서는 지난달 유엔에서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을 둘러싸고 현지 지자체·피폭자단체와 아베총리 사이에 신경전이 펼쳐졌다.

행사에서 마쓰이 가즈미(松井一美) 히로시마시장은 평화선언을 통해 지난달 유엔본부에서 핵무기금지조약이 채택된 점을 거론하며 "각국이 핵 폐기를 위해 더욱 힘써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일본이 이 조약에 찬성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핵보유국과 비보유국간의 (핵 폐기를 위한) 중개 역할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절대악'인 핵무기 사용은 인류로서 결코 용인할 수 없는 행위"라며 "핵 보유는 인류 전체에 위험을 주기 위해 거액의 비용을 투입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이날 행사에서는 핵무기금지조약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가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 피폭자 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그는 행사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핵보유국과 비보유국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일본이 양측에 (비핵화를) 호소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핵화 논의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어 행사 후 기자회견에서 핵무기금지조약에 대해 "우리나라의 접근과는 다른 것"이라며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조기 발효와 핵확산방지조약(NPT) 재검토회의의 성공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은 핵무기 전면 폐기와 개발 금지를 목표로 하지만, 미국 등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는 주요 국가들과 일본, 한국은 '보이콧'을 하거나 반대표를 던졌다.

아베 총리의 이런 행보에 대해 요시오카 유키오(吉岡幸雄) 히로시마피폭자단체연락회의 사무국장은 "핵무기금지조약이 핵 철폐의 길을 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이에 반대하는 놀라운 태도를 취했다"며 "분노를 담아서 항의한다"고 말했다.

사쿠마 구니히코(佐久間邦彦) 이사장도 "아베 총리는 피폭자 쪽에는 향하지 않고 있다"며 "식전에서 이 조약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부자연스럽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72년간 피폭자가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핵 3원칙에 대해 "비핵3원칙을 국시로 견지할 생각이니 다시 법제화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핵무기 보유·제조·반입을 금지하는 비핵 3원칙은 일본 정부의 기본정책이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만큼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