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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비의 노래

                                                                                      - 해원

비가내리면 대도시 가로수는 타는 목을 축이며 초록빛 춤을 추고
오뉴월 열기에 모가지를 늘어뜨린 과수원 사과들은
떨어지는 빗소리에 장단 맞추어 성숙의 노래를 부른다
비가내리면 흐물흐물 녹아가는 도시의 아스팔트는
자동차바퀴를 떠받치는 단단한 힘을 소생시키고
푸른 들판으로 나가는 농부의 발걸음은
등 밀어주는 바람을 타고 사뿐사뿐 가벼워진다
비가내리면 가슴깊이 쌓였던 무거운 번뇌는 씻겨 나가고
주름진 이마에 깊이 서린 근심도 같이 흘러 내린다
친구와 기울인 술잔이 빌 때쯤이면 비의 노래는 끝날 것이다
그리고 머리위로 다시 뜨거운 태양이 내려 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