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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용부 양대 지침 폐기, 노동유연성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25일 어제 고용과 관련되는 양대 지침을 즉시 폐기한다고 공식선언하였다. 저성과자 해고를 허용하는 내용의 ‘일반해고 지침’이 그 하나이고 노조 또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완화 지침’이 다른 하나이다.

두 양대 지침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하여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지난 박근혜정부에서 시행한 것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하여 미국은 물론 유럽의 각국들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한 것은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각국이 세계화시대에 맞추어 단행한 이런 노동정책에 발맞추어 노동개혁차원에서 양대 지침을 시행한바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노동권과 고용안정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이런 두 가지 지침을 즉시 폐기한다고 결정하였다. 문재인정부가 ‘친노동’정책을 지향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이런 정책의 수정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간의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가 다분히 ‘친자본’적 정책을 전개해온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본다면 노동과 자본의 형평성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그런대로 일리가 없지는 않은 것이다.

다만 양대 지침의 폐기와 같은 친노동 정책이 향후 어떤 사회경제적 영향을 미치게 될지 우려되는 바 없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해고를 어렵게 하고 근로자의 이익을 두텁게 보장하는 취업규칙을 유지하면 단기적으로는 분명히 근로자의 고용과 복지에 득이 된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시야를 좀 더 중장기적으로 넓혀서 보면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 게 된다. 양대 지침이 폐기되어 성과가 낮은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고 기업의 재정이 악화되는 데도 근로자에게는 유리하지만 기업은 감내하기 어려운 근로조건을 유지하다가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되면 그런 기업의 근로자는 하루아침에 모두 일자리를 잃고 말 수가 있다. 일부 근로자의 고용보장과 무리한 근로조건의 유지가 다수의 실직으로 이어지고 만다는 것이다. 이런 가능성은 영업수익을 내기보다는 겨우겨우 하루를 버티어 나가고 있는 한계기업에 더 높아진다. 문제는 우리나라에는 영세 서비스업체는 물론 다수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제조업체부분에서도 이와 같은 한계기업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약화시키는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근로자에게 득이 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친 노동적 성향이 강한 유럽 각 국의 정부들도 20세기말부터 다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시키는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재인 정부는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노동생산성과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추가적인 보완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