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0.001%' 초저금리 시대…일본인에게 인기 있는 투자법

연리 0.001%. 현재 일본 은행권의 보통예금 금리다. 100만 엔(약 1천만 원)을 1년간 은행에 맡기면 달랑 10 엔(약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이자로 받는 셈이다. 그런데도 개인의 "예금"은 계속 늘고 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20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개인의 금융자산 중 '예·저금'은 944조 엔(약 9천440조 원)으로 전체 금융자산 1천813조 엔(약 1경 8천130조 원)의 51.5%에 달했다. 미국의 같은 비율은 13.4%, 유로권은 33.2%다.

초저금리로 이자를 거의 기대할 수 없는데도 개인 자산이 외국처럼 '주식'이나 '투자신탁'에 투자되지 않고 예·저금에 몰리는 이유는 뭘까.

NHK 취재에 따르면 "투자는 속는다는 이미지가 있어 금리가 낮아도 은행밖에는 갈 데가 없다"거나 "주식투자는 위험해서 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부분 장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조금이라도 위험이 있는 투자를 꺼려 원금이 보장되는 '현금·예금'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다 보니 돈을 은행에도 맡기지 않고 현금으로 보관하는 이른바 '장롱 예금'이 늘고 있다.

구마노 히데오 다이이치(第一)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2월 말 기준 개인의 장롱 예금이 지난 15년간 50%나 늘어 대략 43조 엔(약 4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장롱 예금이 늘다 보니 가정용 금고판매가 느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금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출액이 지난 1, 2년간 10% 증가했다"고 밝혔다. 고령자들이 주 고객이다. 최근에는 "수억 엔(수십억 원)의 현금을 보관할 수 있는 큰 사이즈의 금고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현금과 예금'은 개인의 금융자산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최근 "안전지향"이나 "장래불안"을 고려해 나온 금융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끄떡 않던 이 돈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오래 살수록 연금을 더 많이 받도록 설계된 보험상품인 '장수생존보험'이다. 17세기 이탈리아 은행가 로렌조 톤티가 고안한 제도에서 비롯된 보험상품이라는 의미에서 '톤친연금'으로도 불리는 이 상품은 사망시 보험금을 줄인 대신 살아있을 동안에 받는 연금이 많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와다 겐지(71)와 부인 가즈코(66) 씨 부부는 올해 2월 각각 '톤친연금'에 가입했다. 보험료로 모두 565만 엔(약 5천650만 원)을 내면 5년 후부터 10년간 매년 60만 엔, 총 600만 엔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수령액을 40만 엔으로 줄이면 10년간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계속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종신연금'으로 바꿀 수도 있다.

와다 부부는 93세인 어머니를 돌보고 있지만 장수할 경우 돈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약간의 저축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제2의 연금이라는 생각으로 가입했다"면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톤친연금'은 중·고령자들이 느끼는 "장수 위험(?)"에 대한 대책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작년 4월 판매를 시작한 니혼(日本)생명은 계약 건수가 1년 남짓에 4만6천 건이 넘었다. 다이이치생명은 올해 3월 비슷한 상품을 내놓았고 다이요(太陽) 생명도 10월부터 같은 상품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젊은 세대의 "장래불안'에 대비한 금융상품으로는 물건을 사고 남는 잔돈을 운용하는 이른바 "거스름돈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상품은 예컨대 기준액을 1천 엔으로 설정해 놓고 등록한 신용카드 등으로 물건을 사면 900엔짜리를 샀을 때 거스름돈 100엔, 600엔짜리를 사면 나머지 400엔이 자동으로 투자자금으로 적립되는 방식이다. 한 달 단위로 모인 거스름돈을 운용회사가 투자에 운용한다.

"장래불안"에 대비해 돈을 조금이라도 불리고 싶지만 투자했다 큰 손해를 보는 건 피하고 싶어하는 고객들을 겨냥한 '거스름돈 투자' 이용자가 늘고 있다. 한 여성 회사원은 "우리 나이 세대는 연금을 언제부터 받게 될지 모르는 데다 금액도 부족할 것 같아 스스로 얼마간의 자산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거스름돈 투자는 소액도 가능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달 초 개최한 "인생 100년 시대 구상회의"에서 해외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일본에서 2007년에 태어난 어린이는 107세까지 살 확률이 50%"라고 밝혔다. NHK는 장수 자체는 기쁜 일이지만 현금과 예금에만 의존하는 자금계획으로는 퇴직 후 연금생활이 시작되면 수중의 금융자산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자산수명"을 늘리기 위한 궁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