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칼럼] 헌재소장 대행체제 바람직한 것인가?

청와대는 10일 춘추관브리핑에서 “헌재는 9월 18일 재판관회의에서 전원이 김이수 대행체제유지에 동의했다”고 하면서 “이에 따라 청와대는 김대행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하였다. 권한대행체제를 내년 9월까지 그대로 이어 가기로 한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김이수 권한대행이 헌재소장의 직무를 대행함으로써 그가 헌재소장에 임명된 것과 거의 다름이 없는 법적 효과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김 대행은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국회에서 헌재소장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보아 투표에서 부결된 사람이다. 부결의 의미는 무엇인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최고의 헌법기관인 헌재의 수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대행체제를 통하여 헌재소장의 직무를 수행하게 한 것은 일종의 편법적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헌재소장에 적합한 인물을 찾을 수 없어서 불가피하게 대행체제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과연 대한민국의 법조계에는 헌재소장을 맡을 만한 인물이 없다는 말인가? 발탁의 범위를 넓게 잡는다면 신망이 두텁고 실력이 있는 사람이 없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코드에 맞는 인사를 찾으려고 보니 적당한 사람이 잘 발견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헌재소장은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다음에 의전서열 4위를 차지하는 고위직이다. 고위공직에 앉을 사람일수록 천하의 인재를 두루 살피고 능력이 있으면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인재를 발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이런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청렴성, 도덕성과 경륜을 두루 갖춘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두 달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물색해 본다면 적당한 인재를 발견하지 못할 리가 없다.

지금 국민들의 대통합을 필요로 하는 시대적 국면을 생각한다면 헌재소장은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공정성과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가치관과 판단력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 누가 헌재소장의 직무를 수행하던 이런 기준이 무너지면 정부의 신뢰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어찌하든 핸재소장의 대행체제가 장기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