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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전 공론화’의 위험성을 직시하라

원전공론화의 주사위가 던져졌다. 신고리 원전5~6호기 건설공사의 영구중단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이 어제 2박3일간의 종합토론을 끝내고 마지막 4차투표까지 마친뒤 이제 결과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다. 공론화위원회는 4차례 투표결과를 토대로 ‘최종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하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영구중단에 대한 정책결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문대통령이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할 것임을 이미 밝혔기 때문에 투표결과에 다른 권고안이 그대로 정책결정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결정방식은 결론이 어떻게 나든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국민의 여론을 반영하는 형식을 취하여 정책의 민주성을 제고하는 모양을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다음 몇 가지 이유를 보면 그 위험성이 적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국가의 주요정책을 여론중심으로 결정하는 방식의 위험성이다. 공공정책의 합리성, 효율성, 합법성 등은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론은 방대한 예산과 비용이 소요되는 정부의 정책의 분석적 합리성을 보장해주기 어렵다.

둘째, 고리원전 5,6호기 영구중단의 경우 매몰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우선 공사중단을 시킨 뒤 원전건설 중단여부를 국민에게 묻는 것은 이미 30%가까운 진행을 보이고 있는 공사에 투입된 비용과 관련공사계약 및 여기에 투입되는 인력의 고용기회 등 거래의 신의성실의 원칙, 그리고 사업의 전후방효과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다분히 감성적 판단으로 내려진 처사이다. 만약 영구중단결정이 내려진다면 앞으로 매몰비용 2조8천 억 원의 손실을 어떻게 처리할지 적지 않은 걱정거리가 남게 된다.

셋째, 공론화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다. 산업부는 문대통령의 탈 원전정책을 비호하는 태도룰 보인 반면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원전관련홍보는 사실상 거의 차단되다시피 하였다. 정부가 공론화과정에 중립을 지킨다고 한 말은 그대로 준수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 여기 저기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여론조사에 의하여 정책결정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국민들의 상당수는 정부의 정책과 행정에 신뢰를 보내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넷째, 정부의 원전정책에 대한 태도에 문제가 있다. 최종결과가 발표가 되기도 전에 정부는 이번 여론조사결과와 관계없이 향후 원전폐기정책은 지속될 것이며 신규원전 착공은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런 접근방식은 여론조사결과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은 물론 향후 에너지정책의 합리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전과 관련되는 정책은 고도의 전문성을 토대로 결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여론조사나 국민들을 대상으로 수의 논리에 따라 정책이 좌지우지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한지는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원전공사 중단에 관한 여론조사결과 가부간 표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면 정부는 다시 한 번 정책의 딜레마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원전 고리1호기
원전 고리1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