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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정원장들의 처벌은 국정원정상화의 밑거름이 되어야

국가정보원은 국가기밀과 정보의 합리적 관리를 통하여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 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그런데 국가정보원이 법규를 벗어난 행위를 함으로써 수장인 국정원장들이 처벌되는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명박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원세훈 전국정원장이 이미 4년의 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에 있는 데, 박근혜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세 사람의 사법처리도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어제 남재준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고, 이병기 전 원장은 긴급 체포되었다. 이들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월 1억원씩 정기적으로 청와대에 뇌물로 상납하여 40억 원 가량의 국고에 손실을 끼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리고 상납된 특수활동비는 청와대에서 선거에 관련된 여론조사 등으로 사용되고, 문고리 권력이라고 하는 안봉근 이재만전 비서관 등이 사적으로 사용한 흔적도 없지 않다고 한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연간 5000억 원에 달하는데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나 사건수사 등의 국정활동에 사용되어야 할 예산이 이렇게 남용되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관행을 따른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만약 그런 관행이 존재했다고 하면 시기나 기간에 관계없이 엄밀히 조사하여 잘못에 대하여는 엄중한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앞으로 이런 잘못된 관행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차제에 5000억 원에 이르는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전반적 점검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5000억 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리고 이 돈은 대부분이 국민들이 땀 흘려 일한 대가의 일부를 세금으로 정부에 납부한 돈이다.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아도 되거나 통제받지 않는 예산이라고 하여 적당히 지출해도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통제받지 않는 음지에서는 독버섯이 자라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통제받지 않는 특수활동비는 최소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국정원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 집행되는 특수활동비에 대한 적법타당성 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고는 국정원장을 비롯한 관련 직원들의 불법행위에 따른 처벌은 앞으로도 되풀이 될 수 있다. 잘못된 불법행위에 대한 단죄 못지않게 통제시스템의 혁신이 중요하다는 것이며 그래야 비로소 국정원의 조직과 기능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