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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탄저균 백신논란, 왜 확대 되는가

지금 청와대 주변에는 탄저균 백신 도입을 둘러싸고 그 도입경위를 해명하는 말들이 적지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탄저균은 인체에 치명적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물질이다. 만약 탄저균에 감염된 후 24시간 이내에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을 경우 치사율이 80%까지 이른다고 한다.

청와대에 1000명분의 탄저균백신을 도입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북한의 탄저균테러를 대비한 것이다. 일본 아사히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북한이 대륙 간 탄도 미사일에 탄저균을 탑재하는 실험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요인들의 생명보장을 위하여 탄저균 백신을 확보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치명적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그 들 뿐인가? 5000만 국민들은 그런 위험이 적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만약 탄저균이 대륙 간 탄도 미사일에 탑재되어 살포된다면 그 영향범위는 엄청나게 넓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 요인 보호용으로 탄저균 백신을 겨우 1000명분 도입한다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다. 정부 요인들의 생명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 나라의 주권자인 국민들의 목숨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북한은 탄저균 백신을 다량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생화학무기의 침공에 대한 인민들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장하기 위한 것일 게다.

청와대 직원들을 위한 탄저균백신의 확보는 이 나라의 주권자인 국민을 위하여 무한 봉사하겠다는 ‘국민을 섬기는 정부’입장에서 보면 옹색하기 그지없다. 유사시 국가존속을 위한 필수 인력의 생명을 우선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국민들은 치명적 위험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만 안전지대로 피신하는 이기적 발상이라고 볼 수 도 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의 말대로 “탄저균 백신을 치료 목적으로 구입했을 분”이라고 해도 용도가 청와대직원용이라면 그 것 자체가 비민주적 발상이 될 수 있다. 해명이 궁색하니까 “지난 정부 때 부터 추진돼 왔고, 그 결과 올해 예산에 반영됐다”고 한다. 지난 정부에 책임을 전가시키려는 의도가 너무나 뻔한 말이다. 5월에 출범한 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적폐도 청산하는데 지난 정부가 잘못된 결정을 했으면 이를 승계하지 않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사회적 편견과 ‘자기식구 챙기기’가 국정운영에 지나치게 투영되면 어느 땐가 국민들은 그 정부에 등을 돌리게 된다. 그리고 신뢰를 잃은 정부는 바람 앞의 등불신세가 되고 만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