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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신입행원에 피임약 주면서까지 100km 행군 참여 독려한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 작년 12월, 충남 천안에서 진행된 신입행원 연수에서 프로그램의 하나로 100㎞ 행군을 진행했다. 문제가 된건, 여자 신입행원들에게 피임약을 나눴다는 것이 알려진 것에서 였다.

은행 측은 강요하지 않았고, 원하는 사람이 있어서 약을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여자 행원의 증언에 따르면 "100㎞ 행군을 잘할 수 있을 거다"라며 은행 인사팀이 연수기간 내 생리주기를 조절하라고 피임약을 나눠줬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 상태다.

"행군 일정이 강제가 아니었고 원해서 준 것"이라는 은행 측의 해명은 이 일을 덮을 수 있는 말이 될 수 없다. 이들은 신입행원이고, 문제가 된 피임약이 필요한 이들은 그것을 꼭 써서라도 행군 프로그램을 완수해야만 했을 것이다.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원하는대로 하지 않을 수 있는 자리에 있지 않는 이들이다. 고생 끝에 취업이라는 바늘 구멍을 통과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윗분들께 잘보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이기도 하다. 하기 싫어도 해야하고 할 수 있다면 더 잘해야만 하는 상황에 있는 이들이다.

은행 측은 이 육체적로 힘든 일정을 단합을 위해 여자 행원들도 참여시켰다. '동료애'라는 것을 염려했을 때 프로그램을 빠진다는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된다. '반강제'라는 말이 있다. 말은 강제가 아니지만, 결국 강제와 다를 것 없는 상황을 말한다. 이들은 그저 하라는대로 무조건 해야만 하는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군대식으로 너무 무리하게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것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나오게 된 것이다. KB국민은행은 매년 무박 2일 일정으로 신입 행원의 도전정신 함양을 위해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지난 2014년 신입행원에게 기마자세로 도산 안창호 선생의 글을 암송하게 해 비난을 받았던 바 있고, 기업들은 신입 사원에 대해 이와 비슷한 극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수에서는 단체 생활을 강요 받는 수직적 조직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KB금융그룹은 지난 해 3분기 누적 및 분기 순이익 기준으로 신한금융지주를 누르며 금융권 1위 자리를 차지했다. KB금융은 리딩금융 그룹 굳히기에 나선 상태다. 실적을 위해서는 단합이라는 것이 필요하고 KB국민은행은 신입 행원들에게 이같은 문화를 애초부터 심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연수에서 신입 행원들에게 행군 참여를 적극 권하고 그에 따라 생리주기 조절을 위해 피임약까지 권했다는 것은 질타를 받기에 충분한 일이다. 신입사원 연수로 이같은 극기 훈련이 아닌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역사회 봉사를 하는 것과 같은 것이 더 옳은 일로 보이고 서로간 단합을 위해서도 더 유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