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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위안부 합의 검토가 남긴 교훈

정부가 한일 간 위안부 합의를 검토한 결과 파기나 재협상을 일본 측에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위안부합의는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밝혔다. 이런 정부의 공식입장은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 간에 체결된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거나 무조건 한 나라의 절차적 흠결을 이유로 재협상을 요구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외교관례상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위안부합의 타당성여부를 검토하고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것이나 문대통령이 섣불리 합의문제의 파기가능성을 대선공약에 넣은 것은 무리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정부 때 이루어진 위안부 협상은 누가 보아도 경솔한 짓이었다. 국가적 위문금이나 배상금 수준으로서는 전혀 격에도 맞지 않는 돈을 받기로 한 것이나 위안부들의 의견수렴과정이 없었다는 절차적 하자로 보아 중대한 실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난 정부가 한 짓이니 이번 정부에서는 이를 없는 것으로 하겠다거나 뒤집겠다고 하면 상대국가에서 이를 용인해줄 것 같은가. 특히 상대인 일본정부는 아베수상이 그대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 뿐만 아니라 2015년 합의 당시 미국의 오바마대통령이 중재를 하여 합의가 촉진된 사항이 아니던가.

정부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겠지만 위안부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 요구를 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일단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일 간 비생산적인 갈등이 증폭되지 않기도 하겠지만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신뢰도를 낮추게 될 위험이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관계에 발생한 일을 이런 식의 접근방법으로 제기하고 미봉책으로 남겨 둔 것은 상당히 서투른 진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적으로 보아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잔뜩 기대를 주었다가 시원한 해답을 주지 못하는 결과가 되었으니 정부의 신뢰성만 훼손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받은 10억 엔 중 4억 엔이 피해자 47명중 36명에게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이미 지급되었다. 이와 같이 지급된 예산을 우리예산으로 채워 놓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한일 간에 감정의 응어리만 그대로 유지될 수도 있다.

국가 간 외교문제는 복잡한 셈법과 알기 어려운 미래예측을 통하여 풀어가는 것이다.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특정인의 사적 목적이나 감정의 논리로 풀려고 해서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자고로 훌륭한 정치가는 외교업무를 담당하는 자리에 풍부한 경륜과 지혜를 갖추고 각별히 애국심이 두터운 인재를 기용하는 것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