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죄의 대물림' 생각하게 만든 남양유업 대리점의 '을질'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smpark@) 박성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기사입력 2018.01.17 10:42:26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남양유업 대리점의 '을질'에 관한 보도가 최근 나왔다. 이 일을 찬찬히 살펴보면 우선 공분이 생긴다. "하루라도 쉬면 배상금을 내야 했다고? 후임 없이 그만두면 월급의 열배를 요구했다고?" 비난의 목소리가 바로 나올 수 밖에 없는 내용이다. 이같은 일로 20대 초반의 한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을 울렸다는 그런 내용이다.

인천의 한 대학에 다니는 피해자가 남양유업에서 우유 배달을 시작한건 작년 10월이었다. 자취방 월세를 내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이 부분에서 남의 일 같지가 같았다. 학원비를 벌기 위해 신문 배달을 해왔던 기자의 지난 20대 초반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시 기자가 일한 곳은 월급이 늦어지거나 한적은 있어도 이번 남양유업 대리점 문제에서 처럼 배상금을 요구한다거나 한적은 없었다.

때문이 더욱이 이 일이 어처구니 없게 다가왔다. 배달을 하며 한달을 연명하는 생활을 하는 대학생에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런 요구를 실제로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아무리 세상이 삭막하다고는 하지만 기자는 저런 경험을 해보진 않았다.

그가 배달 일을 그만두려고 한 계기는 한 기업의 인턴으로 합격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다음 달 출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수원으로 이사를 가야만 했다. 그러나 당시는 한겨울이었고 후임자가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찾는 이들이 겨울에는 배달 일을 잘 하려하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점주에게 이런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대리점주는 "계약서 내용대로 배상금을 물어내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80가구를 배달하고 있었고 때문에 400만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계약서에는 '어떤 경우라도 해약대상이 되었을 때는 배달원은 대리점에 배달 한가구당 5만원씩 배상한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배달원이 하루 이상 배달을 못했을 때 ▲계약서 내용에 위배됐을 때 ▲인계치 않았을 때 배상에 대한 요구를 받게 된다. 사정이 생겨 배달을 그만둔다고 이런 금액을 내라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일 뿐이다. 젊은 나이, 쉽게 겪지 못할 이같은 경험을 하게 된 그가 딱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때문에 이 학생은 감기몸살을 심하게 앓은 날에도 배달을 했다고 한다.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의 관계가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였다면 어떻게 이런 말들이 오갈 수 있었는지 의아스럽다. 보통 배달은 학생들이 많이 하고 남양유업과 같은 대리점주들은 그 사정을 돌아보고 서로 가깝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막무가내식 대응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제가 이렇게 저렇게 합격을 하게 돼 불가피하게 일을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라고 얘기하면, "그래. 아쉬운 감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잘 된거 같다. 최대한 빨리 후임을 찾아 잘 정리하도록 하자"라는 이같은 대화 내용을 기대하는건 무리일까. 비슷한 일을 경험한 기자가 봤을 때는 충분히 가능할거 같아 하는 말이다.

다행히 어렵게 후임자를 구해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가 불거진 이 불공정계약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대리점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책임감을 주기 위해 배상 조항을 넣었고, 안전 장치 마련을 위해 이처럼 했다고 해명한 상태다. 이 일에 대해 남양유업 본사 측에 기자가 물었더니 "본사가 개별사업자인 대리점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답했다.

남양유업 대리점은 이전에 본사로부터 온갖 갑질을 당한 일로 큰 논란이 됐던 바 있다. 인천의 한 대리점은 이것을 대물림 하듯 을질을 했다.

보도 내용에서는 이같은 계약방식이 과거 본사 영업사원들이 대리점주에게 교육했던 내용이라고 언급된다. 때문에 일부 대리점에서 이같은 갑질 계약서 관행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배상금 문제에 대해 남양유업 대리점협회장은 요즘이 어떤 때인데 그런게 있느냐는 반응을 보이며 그런게 있었다면 자신에게 통보가 왔었을 것이라고 했다.

종합해보면 인천의 한 남양유업 대리점에서 이같은 사태가 일어난 것은 맞지만 본사에서 대리점에 그와 같은 교육을 한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남양유업 본사는 이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불공정거래와 관련해 본사 개입이라는건 전혀 없었다고 했다. 대리점이 개별사업자이고 1700개의 대리점이 있는데 본사가 다 전수조사를 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대리점이 개별사업자이나 계약서상으로 아르바이트생에게 피해를 준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협의할 수 있는건 할 것이라고 했다. 대리점을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해당 대리점 부분으로 다시 넘어가면, 손해에 대한 우려라는 기본적 감정은 이해할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어쨌든 이런 계약서를 남기고 그걸 아르바이트생에게 실제 적용했다는 점은, 시대 착오적인 이같은 황당한 계약은 큰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대리점이 일일이 남양유업 본사에 컴펌을 받고 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어쨌거나 남양유업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해 본사는 관리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하는 자리에 있다. 한 회사에 대한 평가는 '남양유업'이라는 이름을 단 모든 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번 남양유업에서 을질 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해 '죄의 대물림'에 대한 심각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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