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무연산이 연산 위스키와 가격 같아서야..소비자 기만 말아야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smpark@) 박성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기사입력 2018.01.23 13:27:29

기자는 재작년 연산(Age Statement)과 무연산(No age statement) 위스키에 대해 짚어본 바 있다. 연산 위스키란 제품에 12·15·17·21·30년 등 숙성 연수를 표기한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의 36.5도 저도 위스키 '그릿자켓' 12·17년산의 경우 각각 병 상단에 'AGED 12 YEARS', 'AGED 17 YEARS'라고 표기 돼 있다. 병 하단에는 조금 더 작게 적시 돼 있다.

이 부분을 언급했던건 분명 문제로 지적될만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업계에서도 이에 대해 문제 삼고 있기도 하다. 무연산 제품임에도 짐작으로 "이 제품은 몇 년일 것이다"란 판단을 하게 만들며 소비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무연산 위스키는 연산 위스키와는 달리 원액의 숙성 기간을 알 수 없다. 이런 가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연산 위스키가 연산 위스키와 같은 가격대로 판매되고 있다는 점은 문제였다. 그게 아니면 가격을 낮추던가, 일본 청주와 같이 제품 전면 라벨에 '합성청주'라는 표기라도 해놔야 소비자 신뢰를 위해 조금이나마 신경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고 이 때문에 위스키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제품의 전면 라벨에 '무연산', '기타 주류' 표기를 의무화 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오랜 기간의 숙성을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위스키에 향을 첨가한 제품인 유사 위스키나 숙성 연산을 표기하지 않은 무연산 위스키가 판매되고 또 증가 추세에 있다. 기타 주류(스피릿 드링크) 제품들은 원액을 100% 쓴 위스키와 차이가 분명 있다. 기타 주류는 원액을 100% 쓰지 않아 정식 위스키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런 제품은 어느 정도 숙성 기간을 거친 위스키 원액인지 알 수 없고 가격도 연산 제품과 차이가 크지 않아 소비자를 기만한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디아지오코리아('윈저 더블유 아이스'와 '윈저 더블유 레어'), 페르노리카코리아('에끌라 바이 임페리얼') 또한 무연산 저도 위스키를 출시한 상태다.

무연산 저도수 위스키인 '골든블루'의 경우 이런 상황과 같다. 골든블루는 구체적 원액이나 블렌딩 비율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숙성 연수를 표기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를 통해 제조사의 노력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연산이라는 것은 위스키의 품질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그러나 무연산 위스키는 위스키 원액의 숙성 기간을 알 수 없다. 무연산 위스키 제조사들은 이 부분에 대해 "숙성 연수 보다는 제품 브랜드를 강조하기 위해 표기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고 업계에서는 해석되고 있다.

연산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아는 이들이 이와 같은 해명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들까. 35년간 한국 위스키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평가 받는 김일주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의 "와인은 빈티지로, 위스키는 에이징으로 마신다"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 말 안에 연산의 중요성에 대해 정확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스카치위스키 협회는 위스키에 연산을 명확히 표기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골든블루의 경우 처음부터 연산 표시를 하지 않았던건 아니었다. '무연산 저도수 위스키'만을 강조하는 것만이 아닌 연산 위스키 또한 내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연산이 높으면 더 좋은 위스키라고 볼 수 있다. 사람으로 봐도 연령이 높다는건 '성숙도'를 예측해볼 수 있게 해준다. 위스키 시장의 규모는 계속 작아지고 있고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연산 표시가 없는 위스키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위스키 업계는 작년도 그렇고 올 해도 불황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5일,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의 '그린자켓' 12·17년산이 베트남에 처음 수출하게 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올 연말까지 3500상자가 수출된다는 내용이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베트남 시장에서 향후 3년 내 2만 상자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트남 내 저도 위스키 선호도 증가 추세와 맞물려 무연산 제품 대비 정통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그린자켓의 시장성이 높이 평가됐다는 것이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의 설명이다.

숙성 연수는 품질력을 보증한다. 정통성도 갖출 수 있게 한다. 연산과 무연산과 관련해 말이 많지만 연산 위스키가 분명 가치를 갖추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불황을 겪으면 전통을 지킨다는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고수하는 업체들이 있다. 각자의 사정은 이해되지만 소비자들로 하여금 오인을 하게 만든다거나 무연산 위스키임에도 연산 제품과 가격을 비슷하게 팔고 있다는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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