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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직 1조 고지 넘지 못한 '빙그레'..이젠 달라져야 할 때

빙그레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관심이 있기에 이유가 뭘지에 대해 가끔 생각해보게 된다. 빙그레가 시작된게 50년 전인데 아직 연간 매출 규모가 1조를 넘지 못했다는건 다소 의외로 생각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경쟁 식품업체들은 이미 1조를 넘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를 통해 2016년 매출을 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이나 동서식품, 동원F&B, 매일유업, 코카콜라음료 등은 1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2014년에는 매출액이 8200억원이었는데 2015년에는 오히려 줄어 7996억원을 나타냈다. 박영준 빙그레 신임 대표이사가 선임된건 2015년 4월부터 였다. 이후 2016년에는 다행이 2015년보다 늘어난 8041억원을 기록했지만 크게 늘어난 수준은 아니다.

업종은 다르지만 다이소의 경우 연간 매출 추이를 보면 '급상승'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된다. 다이소는 2014년 1조를 돌파했는데 2013년에서 매출이 큰 폭으로 뛰었다. 다이소가 설립된건 1997년이다. 창립 20년을 넘은 상태인데 2조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1000원 짜리 상품을 팔아 이같은 매출을 냈다는 것에 있어서 놀라움을 주고 있다.

빙그레는 많은 스테디셀러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해 출시 43주년을 맞은 '바나나맛 우유'의 경우는 빙그레 매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바나나 우유 시장 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그러나 대표 브랜드가 있다는건 큰 장점이지만 회사 매출에 있어 의존성이 너무 크다는 점은 문제로 보여진다. "너무 바나나맛 우유 마케팅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들기도 했다.

물론 바나나맛 우유에 마케팅을 도입한 부분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빙그레는 재작년 3월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에, 작년 4월에는 제주도에 테마형 문화공간인 '옐로우 카페'를 열었다. 제주도의 경우는 동대문 매장의 10배 크기다. 이곳에서는 바나나맛 우유를 오감으로 맛볼 수 있다. 카페, MD, 체험 3개 존으로 나뉘어 있고 각각의 공간은 테마에 맞는 콘텐츠로 꾸며져 있다.

박 대표도 신년사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고 업계에서 또한 사업을 다각화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한 빙그레 전체 매출에서 국내 비중은 90% 이상이다. 성장 돌파구 모색을 위해 해외진출을 꾀하고 있긴 하지만 실적이 미미한 상태다. 현재 빙그레는 브라질과 상하이, 미국에 해외 법인을 두고 있는 상태다.

2010년 부터 연간 매출 추이를 보면 당장 1조 고지를 쉽게 넘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원인을 잘 살펴볼 필요는 분명 있어 보인다. 사업에 대한 의지에 대한 부분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박정부 다이소 회장은 공장에 직접 가 일일이 물건 생산 과정을 하나하나 살펴본다는 걸로 알려져 있다. 회사와 사업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이렇게 할 수 없다.

이같은 열정은 빙그레 뿐 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갖춰야만 하는 자세이겠으나 쉽게 판단해서는 안되겠지만 빙그레에서는 왠지 모르게 침체된 분위기가 느껴지곤 한다. 때문에 이를 언급한 것이다. 과거 연구팀의 밤낮 없는 연구로 대박 상품인 바나나맛 우유가 나왔 듯 사업에 대한 열정, 이것이 어쩌면 지금 빙그레의 현시점에서 필요한 부분은 아니지 않나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