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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억류후 사망' 웜비어 부모, 북한 상대로 소송

북한에 장기 억류됐다 뇌사 상태로 돌아와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아들의 사망 책임을 북한 정부에 묻는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고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는 이날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2쪽 분량의 소장을 제출했다.

WP는 소송 제기 시점이 남북정상회담 개최 직전이자 북미정상회담을 몇 주 앞둔 시기란 점도 거론했다.

웜비어의 부모는 소장에서 북한 정부가 평양에 여행 간 아들을 간첩 혐의로 구금하고 잔혹하게 학대해 뇌사 상태까지 이르게 함으로써 사망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북한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웜비어를 인질로 잡고 고의로 생명을 파괴하면서도 결백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번 소송은 오토와 우리 가족을 야만적으로 대우한 북한의 책임을 묻는 또 다른 조치"라고 말했다.

이들의 소송대리인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소송을 맡은 리처드 컬린 변호사다. 펜스 부통령은 웜비어 부부를 평창동계올림픽에 동반하고 갈 정도로 활동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백악관과 펜스 부통령 측은 소송 절차를 직접 지원하지는 않았지만,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WP에 "이 소송은 정부가 당사자가 아닌 사적인 법적 조치임에도 미국인들은 오토에 대한 기억을 여전히 기리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와 신디의 고통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오토 웜비어를 잃었을 때 모든 미국인이 느꼈던 고통에 대해 분명히 말했다. 그 상실감은 바뀌지 않았다"고 전했다.

웜비어의 부모가 북한을 상대로 소송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면서 생겼다.

만약 북한이 웜비어를 부당하고 잔혹하게 대우했다는 사실이 법원에서 인정되면 웜비어의 부모는 법무부가 관리하는 '테러지원국 희생자 펀드(VSSTF)'에서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보상액은 개인일 경우 최대 2천만 달러(약 21억5천만 원), 집단 소송일 경우 최대 3천500만 달러에 달한다.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이던 웜비어는 재작년 1월 관광차 방문한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으며, 같은 해 3월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다가 북미 간 교섭 끝에 지난해 6월 혼수상태로 고향인 신시내티로 돌아온 웜비어는 병원에 입원한 지 엿새 만에 숨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