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시승기] 유러피언 해치백 르노 '클리오', 국내서도 저력 드러낼까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120년'. 르노(Renault) '클리오(CLIO)'를 통해 알게 된 제조사의 역사다. 1898년 부터 시작됐고 'Easy Life'를 위한 혁신의 역사였다고 설명한다. 르노의 대표 모델인 클리오가 첫 출시된건, 1990년이었다. 전신은 1972년 선보인 '르노5'이다.

지난 15일 진행된 시승회 일정을 마친 뒤 페이스북 앱을 실행 시켰는데, '120년을 달려온 르노의 열정. 대한민국 첫 번째 르노, CLIO'라고 적힌 추천 페이지를 보게 됐다. 다시 한번 '120년'을 각인 시켰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클리오를 실제 처음 본건, 작년 3월 서울모터쇼에서 였다. 당시, 공개와 동시에 국내 판매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러나 실제 국내 출시를 알린건 지난 4월이었고, 1년을 넘겼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작년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그해 클리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지만 국내 출시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유는, 유럽에서 이미 인기가 많은 차라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고 또 국내에 맞게 품질 부분에 있어서 개선해야할 사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과 국내 소비자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강원도 강릉시 골든튤립 스카이베이 경포호텔에서 진행된 이날 클리오 시승회에 가 보니, 르노삼성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행사였다는 것이 전해져 왔다. 전 세계에서 약 1400만대 이상 팔린 차라 당연한 기대였을 것이다. 클리오에 대해 '소형 해치백의 교과서'라는 말을 붙인다. 국내에서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구분 없이 연결된 형태의 자동차)' 하면, 항상 나오는 단어는 '무덤'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폭스바겐 '골프'의 인기를 생각할 때 이 말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맞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2016년 9월 출시된 현대자동차 'i30'(풀체인지)의 경우 상품성이 좋았고 또 시장에서 기대감이 컸지만 결국 부진했다. 작년, i30의 판매량은 5000대를 밑돌았다. 수입 중형 세단 월간 판매량 1위를 한 차량이 3000대를 넘게 판매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감이 올 것이다. 수입차도 국내에서 이정도 팔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소형 해치백 '프라이드' 또한 판매 부진을 겪었고 현재는 단종의 길로 갔다. 이날 시승회에서 클리오를 겪어보며 든 생각은 기대감이 앞섰다.

◆"이거 왜 이렇게 잘 달려"..공인 연비 근접한 실주행 연비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동승석에 먼저 앉게 됐다. 스티어링 휠이 크게 느껴졌고 직경이 길어 보였다. 1열 공간은 여유가 있었다. 대시보드는 길게 빼놔 공간감이 좋았다. 팔을 둘 수 있는 공간도 편안하도록 잘 짜여져 있었다. 또 소형 해치백 같지 않은, 길고 묵직해 보이는 기어 노브가 눈에 들어왔다. 시승 차인 인텐스(INTENS) 트림에는 그레이 인테리어가 적용 돼 있었다. 회색으로 포인트를 준 블랙 벨벳 시트다. 헤드레스트와 사이드에 인조 가죽이 적용됐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2열 시트 등 각도는 살짝 뉘어져 있는 구조다. i30와 같이 불편함이 느껴지는 세워져 있는 각도는 아니었다. 편안히 앉으면, 무릎 부분은 손바닥 하나가 들어갈 정도였고 헤드 룸은 주먹이 걸리는 정도에 공간이 나왔다. 1열 시트 뒷편을 파 놓은 것이 공간 확보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편안함을 더욱 원하면 시트 옆으로 양발을 벌려야 했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연비가 좋은 차이기에 저속 주행에서는 2000rpm 이하의 낮은 rpm을 사용했다. 레드존은 4500rpm부터 시작되는데, 이날 기자는 고속도로 주행을 하지 못해 제대로 테스트를 못했으지만 동승석에서 지켜본 바로는 급가속을 하게 되면 3000rpm을 향해 수치를 높였으나 레드존을 가까이 하지는 않았다. 계기판에서는 젊은 감각이 전해져 오고 가운데에 큼지막한 숫자로 속도를 전자식으로 표시하고 있는데 다이나믹한 주행감을 보이는 차량 특성에 잘 맞았다. 계기반 우측에 주유량 표시와 관련한 것만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공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차량은 주차장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차체 움직임이 무척 가벼웠다. 3세대 모델 대비 차체가 약 100kg 가벼워졌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운전대(가죽 스티어링 휠)를 잡았다. 동승석에서 봤을 때와는 다르게 적당한 크기로 보였다. 그립감에서, 긴 직경으로 인해 다이나믹한 주행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움직임을 시작했다. 민첩한 핸들링을 느낄 수 있었다. 핸들을 꺽자마자 반응했고 날렵했다. 시속 100km/h까지 속도를 올리는 것이 순식간에 이뤄졌고 90(4000rpm)ps의 최고 출력, 22.4(1750-2500rpm)kg.m의 최대토크가 맞나 싶었다. 엔진룸을 보고자 열었을 때는 가스 리프트가 적용된 것을 확인했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브레이킹은 반응이 빨리 오는 형식이었다. 그렇다고, 몸이 앞으로 쏠리는 정도의 감도는 아니고 순간 반응이 즉각적으로 온다.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클리오에는 전세계적으로 1000만대 이상 판매된 1.5 dCi 디젤 직분사 터보 엔진이 장착됐고 여기에 독일 게트락 6단 DCT 자동 변속 시스템이 맞물렸다. 변속은 빠릿빠릿하지는 않았지만 DCT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엔진과 변속기가 직결 돼 효율이 좋고 변속이 빠르다. 엔진 직결 상태를 유지, 동력 손실을 최소화 하고 연비를 향상 시킨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주행 능력은 일품이었다. 저속구간(0-1750rpm)에서는 토크가 빠르게 상승해 출발 가속 성능이 좋다고 제조사는 설명한다. 저중속 구간(1750-2500rpm), 일상 주행 구간에서는 최대 토크를 발휘해 도심 주행에 강점이 있다고 한다. 고속구간(2500rpm)에서는 20kg·m 이상의 토크를 발휘, 추월 가속이 좋다고 전하고 있는데 실제 그랬다. 4000rpm에서는 최고 출력을 발휘한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다만 시속 100km/h가 넘는 고속 주행에서는 "차가 튕겨져 나가지는 않을까"란 생각이 들며 불안감이 들었고 바운싱이 좀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고속 주행 안정감에 있어서는 부족했다. 안전과 관련, 클리오는 유럽 신차 안전도 평가(EURO NCAP)에서 최고 등급인 5 Stars를 획득했다. 에어백 시스템은 프론트와 사이드에 제공된다. 주행 중 위급 시 브레이크 램프를 빠르게 깜빡여 위험 상황을 경고하는 급제동 경보 시스템이 적용됐고 전자식 브레이크 컨트롤이 제공되고 있다. 전방 안개등 코너링 기능을 통해 회전 시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에 따라 안개등이 점등 돼 안전 운전을 돕는다. 또한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가 장착됐다. 간단한 조작으로 차일드 락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코너링에서는 바퀴가 어긋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클리오는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선보인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클리오의 정부 공인 표준 연비는 17.7km/L이다. 산길을 주로 달린 기자는 14.7km/L를 기록했지만 고속도로 까지 주행했던 동승한 기자의 트립 컴퓨터에서는 17.1km/L를 확인했다. 오토 스톱 앤 스타트 기능이 제공되고 있어 연비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프런트 범퍼 하단 그릴 쪽에 장착된 엑티브 그릴 셔터는 운전 상황에 따라 여닫히는데, 이를 통해 공기역학 효율을 향상시킨다. 그릴 셔터를 열어 엔진 온도를 내려주고 또 닫았을 때는 엔진의 적정 온도를 빠르게 올려줘 고속 주행 시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공기 저항 최소화를 고려한 외관 설계도 연비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넥센 타이어 P205/45ZR 17 88W가 장착됐는데 45의 낮은 편평비의 타이어를 적용해 스포티함과 안정적 접지력을 발휘한다는 설명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4g/km이다.

◆르노 특유 디자인 고급감 느껴져..스마트폰 일상을 차에서도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여기에 디자인의 매력까지 더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르노의 다이아몬드 모양의 로장쥬(Losange) 엠블럼을 달았다. 클리오는 르노의 새로운 디자인 큐가 적용된 첫번째 모델이다. 밖에서 외관을 보면, 작다는 느낌을 받지만 실내는 외관이 주는 느낌과는 차이를 보인다. 외관에서 인식하는 것보다 실제 타보면 더 넓다. 클리오 역시 4세대라는 역사를 거치며 주행 성능은 물론이거니와 디자인이 깎이고 다듬어졌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시승 차의 색상은 에투 알 화이트였는데, 르노삼성은 인텐스 레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날 다양한 색상의 클리오가 있었는데, 아이언 블루가 인텐스 레드와 함께 많은 호응을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됐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운전석에 앉으면, 세단 보다 높은 시트 포지션을 통해 차량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 에코 버튼의 위치도 문제로 보였지만 스피드 리미터/크루즈 컨트롤 버튼의 위치는 더 문제로 판단되기도 했다. 소재나 마감은 상품성이 떨어지지 않았고 운전석과 동승석에는 열선이 제공되고 있다. 1열에 나 있는 창은 조향 시, 그리고 공간감에서 장점이 되고, 2열에도 작은 창이 나 있지만 좀 작다 싶었다. 창 열림 버튼은 운전석만 자동이었다.

트렁크 공간(300L)은 유모차 2개 정도가 들어갈 정도라 판단됐다. 2열 등받이 6:4 폴딩 기능이 지원되는데 2열을 모두 접으면 최대 1146L로 확장된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클리오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인텐스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스마트 커넥트Ⅱ에는 T맵과 이지파킹, 스마트폰 풀미러링이 제공된다. T map의 경우, 와이파이 테더링 연결을 통해 빠른 길 안내(5년간 무료) 및 주변 검색이 가능하다. 이지파킹 기능은 탑뷰가 구현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상하게도 시승 차에는 후진 시 구현은 됐지만 흰색과 검정색으로 이뤄진 선만 보일 뿐 주변 상황이 보이지가 않았다. 후방 카메라는 르노 엠블럼 안에 숨어 있다. 스마트폰 풀 미러링 시스템인 oncar는 USB 케이블을 스마트폰과 연결한 상태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열면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이 7인치 모니터에 미러링 된다(안드로이드 OS 전용).

◆상품성 좋지만 국내 '해치백 무덤' 이겨낼지 관심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국내 출시된 이번 클리오는 4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클리오는 유럽에서 10년 이상 동급 판매 1위를 했다. 유럽은 개성과 실용성을 중시해 이 같이 전개될 수 있었겠지만 국내는 사실 좀 다르다. 가족 단위가 타는 차량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소형 SUV를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르노삼성은 20대 후반-30대 중반까지를 1차 타겟으로 하고 있고 30대 후반-40대 중반을 2차로 삼고 있다. 남들과는 다른 나를 표현하고 싶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클리오가 아무리 프랑스에서 20년 간 판매량 1위를 했다고 해도, 아무래도 국내에서 소형 SUV가 두각을 여전히 나타내고 있고 "해치백 보다는 소형 SUV"란 생각으로 세그먼트 내에서 판매량 쏠림이 생길 수 있는건 역시 우려점이다. 그러나 클리오의 상품성은 좋다. 오랜 시간 인기가 있었다는 것에는 이유가 없을 수는 없다. 어쨌든, 국내에서는 클리오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편이다. 조금씩 주변에서 클리오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클리오는 잘 달리는데 연비까지 좋은 차다. 차는 결국 상품성이다. 이 점에서 구매 의사가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