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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9세기에 사라진 전기차, 100년 지나 인간 곁에 다시 오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지난 17일 진행한 세번째 'KAIDA 오토모티브 포럼'의 주제는 '모빌리티의 미래: EV 시대 도래하나?(The Future of Mobility: Is EV era closer?)'였다. 전기차에 대해 긴 얘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친환경 차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깨끗한 공기는 사람에게 쉼을 준다. 그리고 건강을 선물한다. 차는 이동을 위한 수단이 된다. 그러나 목적에 앞서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옳다. 이 세상은 인간만이 사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이미 오래전, 많은 사람들이 타고 다닌 역사가 있다. 19세기에 팔린 바 있는데 1912년에는 가장 많이 팔린 차이기도 했다. 그러나 제한된 거리, 충전 시간에 대한 많은 불편함으로 아쉽게도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후 GM이 1996년에 다시 시작했지만 역시 비슷한 문제로 성공하지 못했고 다시 사라졌다. 거의 100년 쯤 지난 지금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친환경차, 2020년 글로벌 판매 30% 차지.."OEM, 이산화탄소 배출량 줄여야할 책임 있어"


▲유타카 사나다 닛산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 수석 부사장이 발표에서 사용한 자료<사진=박성민 기자>
▲유타카 사나다 닛산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 수석 부사장이 발표에서 사용한 자료<사진=박성민 기자>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는 2020년이 되면 세계 자동차 시장은 HEV(하이브리드),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EV(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차가 글로벌 판매의 3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 HEV에서 PHEV로 갈 것이고, 2020년 판매될 경차의 약 6-8%는 EV가 될 거라고 전망했다. 또 유럽 시장에서는 공회전을 막아 정차 시 연료 소비를 줄여주는 장치인 오토 스탑&스타트 시스템이 85%의 신차에 장착될 거라고 했다. 50% 이상의 신차가 90g/km보다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소형화 된다는 얘기다.

유럽 이산화탄소 규제는 2015년 130g/km였다. 2020년 까지는 95, 2025년에는 75가 될 것으로 선우 교수는 예상했다. 친환경차의 이산화탄소 배기 저감은 경제성과 연결된다. 48V Mid HEV는 $1-2K, 순수 전기 차는 $15-20K이라고 그는 전했다.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규제 대응을 위한 ISG(스톱앤고) 기술 적용은 유럽이 85%(2015년 60%)로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에서 40으로 뛰는데 "중국은 신기한 나라"라며 "이런 것을 보면 중국 정부에서 굉장히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선우 교수는 말했다. 한국은 5에서 21이다.




▲엘마 호크가이거 BMW 전무<사진제공=한국수입자동차협회>
▲엘마 호크가이거 BMW 전무<사진제공=한국수입자동차협회>

OEM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할 당위성을 갖고 있다고 유타카 사나다 닛산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 수석 부사장은 말했다. BMW는 친환경차 정책으로 PHEV(승용 및 SUV)를 밀고 있다. BMW가 EV에서 HEV가 아닌 바로 PHEV 넘어간 이유에 대해 엘마 호크가이거 BMW 그룹 EV 전략 전무는 "HEV도 출시했다. PHEV로 가는게 맞는 전략이라고 봤다"며 "PHEV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크게 공헌할 수 있다. 마일드 HEV 정도 될 거라고 생각한다. 대중화 시키자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HEV는 30%, PHEV는 60%를 저감시킨다"며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제조사들이 이런 차량을 코스트를 넘어서며 만드는 것"이라고 선우 교수는 덧붙였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 까지 친환경차 22종을 출시할 예정이다(HEV 12종, PHEV 6종, EV 2종, 연료전지 2종).

◆버스 전용차로 전기차에 열어준 노르웨이..비싼 배터리 가격으로 전기차 확산에 어려움



<사진=박성민 기자>
<사진=박성민 기자>

세계 전기차 충전소 설치 현황은 어떨까. EU는 3만5000개,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리드하는 노르웨이의 경우는 5500개다. 노르웨이의 전기차 보급 정책은 어떨까. 전기차 구입 시 취득세를 면제 해준다. 또 부가세 25%를 면제해 주고 고속도로가 무료다. 버스 전용차로로 운행이 가능하다. 우리로서는 놀라운 부분이다. 또한 회사 전기차는 세금 50%를 감면해준다. 이날 선우명호 교수는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의 한 주차장이 찍힌 사진을 보여줬는데 많은 전기차가 정차 돼 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사실, 전기차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다. 배터리 자체가 워낙 비싸기 때문. 김명환 LG화학 사장은 이날 발표에서 "배터리 가격 7500불이면 400km를 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코발트 가격이 올라가 어려움일 겪은 적이 있었는데 최근 가격이 다시 올라가 코발트 양은 20%를 쓰고 있다고 했다. 코발트는 100%를 쓰는 일은 없고 평균 50%라고 한다. 5%까지 줄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김 사장은 전했다. 비싼 배터리 가격 때문에 정부에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선우 교수는 전했다. 배터리의 높은 가격으로 전기차의 확산/보급에 어려움이 있다.

"한국은 새 모빌리티를 구현하기 위해 선도적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닛산의 경우, 민관의 협력이 있다. 이 같은 협력은 굉장히 중요하다. 아이디어를 교류하며 새로운 것을 시현해 나갈 수 있다"고 사나다 부사장은 말했다. 그는 한국은 소비자의 기술 기대치가 특히 높고, 중요한 시장이라고 했다.



▲유타카 사나다 닛산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 수석 부사장<사진제공=한국수입자동차협회>
▲유타카 사나다 닛산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 수석 부사장<사진제공=한국수입자동차협회>

사나다 부사장은 기술 비용이 함께 올라가 있고 이런 것들이 모빌리티의 총 비용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유럽을 보면 신재생 에너지가 확장 되고 있고 최근 관련 비용도 급감하고 있다고 사나다 부사장은 설명했다.

가격과 더불어 부피도 문제다.

배터리 사업을 하는 업체에게도 어려움이 있다. LG화학은 중국에서 전기차 용을 팔지 못하고 있다. 팔려면 팔 수는 있지만 보조금을 받지 못해 비즈니스가 안된다고 한다. "2021년 되면 보조금이 없는 상태에서 중국서 경쟁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중국 외에 유럽, 북미 등 여러 시장에서 사업하고 있다"며 "중국서의 어려움은 안타까운 점이지만 2021년에 진검승부를 할 것"이라고 김 사장은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 "리튬이온 배터리가 굉장한 수요가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 사고가 있었고, 다음 기술을 고민 중"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는 토요타가 2025년 정도 양산 계획인데 아직까지는 경쟁력이 없다고 본다. 리튬이온으로 상당 기간 가게 될 것이다. 테크놀러지가 갑자기 리튬이온을 몰아내고 바뀌는건 어려운 일이다. 생태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2040년 까지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김 사장은 설명했다.

지난 5월 9일, 미국서 '모델 S' 충돌사고가 있었고 고등학생 2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배터리 화재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나온 상태다.

중국이 싼 가격으로 한국 공급처까지 넘보고 있다. 김 사장은 "중국 CATL은 ATL에서 파생(분사) 돼 나왔다. 시장에서 잘 하고 있고 기술적으로 괜찮은 회사다. 그러나 경험이 충분치 않다. CATL이 LG화학을 넘어서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2021년이 되면 CATL이 상당히 올라올 거 같다. 격차 유지하며 가고자 하고 있다. 열심히 해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쟁 업체에 대해 "아직 실력은 없지만 CATL을 고르겠다. 중국이 정부 지원 뿐 아니라 중국 내 인력이라던가 자원이 우리보다 훨씬 유리하다"며 "저희도 자원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지하고 있고 경쟁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2020년, 주행거리 500km 전망..재사용되는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가 오직 환경만을 위하고만 있고 가속력과 같은 주행 감성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아니다. BMW에는 고성능 PHEV 스포츠카인 'i8'이 있다. M시리즈와 어떤식으로 차별화할 것인지에 대해 "전기차도 굉장히 고성능 차가 될 수 있다. 그 느낌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이런 생각 때문에 i8을 내놓게 된 것"이라며 "PHEV의 장점과 퍼포먼스를 결합하자는 것이었다. 초반 가속 뿐 아니라 배기음도 좋아 이처럼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고 호크가이거 전무는 답했다. 사나다 부사장은 "명확한 가속화가 있다. 모터 사운드를 굉장히 좋아한다. 가속 시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감성적 부분도 포함되야 한다"며 "또 하나의 가치로서 제공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풀 배터리 차의 주행 능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닛산의 목표는 새 모빌리티를 더 많이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가격대를 낮추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세계적으로 2022년, 연간 판매량 100만대 달성이 목표이며 다양한 전기차로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사나다 부사장은 전망했다. 그러나 순수 전기차만으로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주행거리도 이제는 많이 늘어났다. 2010년만 해도 한번 충전으로 150km가 가능했었고 2016년에는 250-400km 수준이 됐다. 현대차 '코나 EV'의 주행거리는 406km이다. 국내 최고 수준이다. 2020년에는 500km가 가능할 전망이다. 기능은 이미 확보 돼 있다고 김 사장은 전했다.

전기차를 폐기하게 될 때 건질 것이 없을까. 수명이 다한 차는 분해를 하게 된다. 배터리는 분리해 성능을 확인하고, 다시 제조한다. 재생된 배터리는 지게차에도 사용할 수도 있고 또 단순히 차에만 사용하지만은 않으며 전기 저장 장치로 활용되기도 한다. 닛산은 후쿠시마(福島)현 나미에(浪江) 시에 리사이클링 공장을 열었다. "상징적인 공장이다. 스나미에 영향을 받고 원전 사고를 경험한 지역이다"라며 "전기화된 세계, 지속가능한 전기화 사회를 위해 이런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사나다 부사장은 말했다. 호크가이거 전무는 "EV 배터리는 10-20년이 지나더라도 80% 보유하도록 돼 있다. 차를 사용한지 10년이 지났을때 용량 80%를 유지해 다양한 목적으로 쓸 수 있다"며 "'배터리의 제2의 인생'을 진행하고 있다. 이걸 가지고 어떻게 할것인지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2022년 정도 되면 보조금 없어질 것"..한국, 충전소 설치 잘 돼 있나

블룸버그 조사에 의하면, 2014년에는 EV가 35% 정도였고 2040년에는 54%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사장은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있는 이 점 하나 때문만으로 전기차를 선택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외에도 가치를 제공하고 자율주행에 좋은 이유 등 여러가지 좋은 점이 있다"며 "이제는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듯, 기술이 발전하며 전기차에 집중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석기 시대가 끝난건 돌이 없어서가 아닌 새로운 기술이 나왔기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김명환 LG화학 사장<사진제공=한국수입자동차협회>
▲김명환 LG화학 사장<사진제공=한국수입자동차협회>

20년 후에도 보조금 없이 전기차가 시장에서 이익을 내며 팔 수 있을까. 호크가이거 전무는 "전기차가 분명 매력적인 부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충전 인프라가 굉장히 중요하다. 신기술 보급 그리고 확장, 이 두 부분은 함께 해결해 가야한다"며 "보조금을 이용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단순히 보조금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장기적으로 이렇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21-2022년이 되면, 보조금이 없어질 것을 가정하며 대비하고 있다. 저희도 노력하고 있지만 OEM도 가격 낮추려 하고 있는거 같고 배터리 외에도 모터, 인버터 등도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의심이 없다"며 "배터리 가격을 낯추라고만 하지 말고 OEM도 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다. 테슬라(Tesla) CEO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제일 좋은 차를 만들려고 하다 보니, 전기차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조금은 전기차의 익숙함을 위한 단계이고 없어질 시대가 올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 전기차를 많이 보급한 곳은 제주도인데, 이런 말을 솔직히 한적 있다. 과연, 전기차를 살 수 있을 정도의 충전소를 갖추고 있는지 물었다"며 "제주도에 가면, 전기차 렌트카 가격이 싸다. 그러나 충전하러 가면, 5군데 중 3군데가 망가져 충전을 못할 지경이다. 이 부분에 대한 관리, 충전소 설치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고 선우 교수는 말했다.

▲정우영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장<사진제공=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정우영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장<사진제공=한국수입자동차협회>

한편, 이날 혼다 코리아 대표이기도 한 정우영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KAIDA는 오토모티브 포럼을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대한 이해와 향후 흐름 파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수입차가 자동차 업계의 한 축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발전 및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 힘쓸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