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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포기..분할·합병건 부결 가능성 커진 이유 때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포기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9일로 예정됐던 분할·합병 주주총회를 취소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이사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현대글로비스도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현재 체결 돼 있는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한 후 분할합병 안을 보완·개선해 다시 추진키로 결정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 21일 '구조개편 안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자료를 통해 "그 동안 그룹 구조개편안 발표 이후 주주 분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토록 하겠다"며 "이번 방안을 추진하면서 여러 주주 분들 및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도 절감했다"고 말했다.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도 이날 '주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저희는 여러 주주 분들 및 시장과의 소통도 많이 부족했음을 절감했다"며 "이를 고려해, 당사는 회사 내부의 신중한 검토 및 논의를 거쳐 현재 제안된 분할합병 방안을 보완·개선하기 위해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한 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주총을 예정대로 진행하더라도 가결이 힘들다고 봤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 권고가 잇따랐다. 특히 국제적인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반대 권고를 낸 것이 영향이 컸다. 이들의 두 자문사의 권고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앞서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은 그동안 반대 주장을 공개적으로 해왔다. 엘리엇은 외국인 주주들의 표를 모으고 있었다.

국내 자문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반대 의견을 냈다. 특히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입장이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도 어려움이 됐다. 이로 인해 힘겨운 표 대결이 예상 돼 왔다. 현대모비스의 현대차그룹 우호 지분은 30.17%이다. 외국인 지분이 48%에 이른다.

주총에서 부결을 당하기보다 안건에 대한 보완·개선을 통해 주주 설득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개편안을 개선·보완해 다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주의 반대 이유가 됐던 분할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한 방안이 변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에는 오너 3세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분 23.29%로 최대주주로 올라있기 때문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현대글로비스 지분 6.71%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한 주주 환원 정책도 가속화해 나갈 방침이다.

정 부회장은 자료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존과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며 "자동차 사업 본연의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주주 환원으로 선순환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와 규제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편 안을 마련, 공식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