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최저임금에 복리후생 수당까지 포함...노동계 반발‧재계‘실질적 개선 미비’

최저임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25일 의결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노동자가 받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의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게 핵심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기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개정안에 복리후생 수당까지 포함되면서 노동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개정안은 정기상여금 중 최저임금의 25% 초과분과 복리후생 수당 중 최저임금의 7% 초과분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정기상여금 기준선을 25%로 설정한 것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했을 때 저임금 노동자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다. 최저임금의 25%에 못 미치는 정기상여금을 받는 노동자는 산입범위 확대와는 상관없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정기상여금을 많이 받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는 최저임금 인상 혜택이 줄어들고 대기업 사측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를 두고 최저임금법 개정의 혜택이 대기업에 돌아가는 격이 아니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저임금

개정안은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을 최저임금 산입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어 기업은 정기상여금을 매월 분할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취업규칙 변경이 필요한데 개정안은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과반수의 '의견 청취'만으로도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하도록 해 그 조건을 완화했다.

개정안이 복리후생 수당의 일부를 최저임금에 산입하기로 한 것은 상당한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복리후생 수당은 숙박과 급식, 통근 수당 등으로, 현행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액에 산입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임금'에 포함돼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위탁으로 최저임금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 TF(태스크포스)에서도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증진을 위한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복리후생 수당을 산입범위에 넣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복리후생 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면 저임금 노동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노동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상당수 저임금 노동자가 식대, 숙박비, 교통비를 받는 현실에서 이 부분은 개악 법안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치명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이번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고강도 대정부 투쟁에 돌입할 태세다.

한편, 재계는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 일부까지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실질적인 개선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개정안 통과로 노조가 없는 기업은 정기상여금과 숙식비를 매월 지급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함으로써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경총은 그러나 "최저임금 제도개선 TF 권고안보다 다소 후퇴했다는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매월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일부 복리후생 수당을 한 번에 일괄 산입하는 내용이었던 TF 권고안과 달리 이번 개정안은 최저임금 대비 정기상여금은 25% 초과분, 복리후생비는 7% 초과분에 한해서만 먼저 산입범위에 포함하기로 한 점을 '후퇴했다'고 표현한 것이다.

경총은 또 "노조가 있는 기업은 여전히 노조 동의 없이는 정기상여금 지급 방식을 변경할 수 없어 산입범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며 "이로 인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 근로자가 여전히 혜택을 보는 불공정한 상황이 지속하고,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존중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소상공인업계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미흡한 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환노위의 치열한 고민과 협의 과정을 통해 어렵게 통과된 최저임금법 개정 합의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번 개정 법안에서는 제도의 당사자인 영세 중소기업계가 줄곧 요청해온 숙식비 등 복리후생비 및 정기상여금을 점차 확대 포함해 기업이 지불하는 고용비용을 합리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선했다"며 "이를 통해 불합리한 제도로 발생한 각종 부작용을 줄이고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기중앙회는 다만 "일정 한도 이상의 월정기상요금만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점은 올해 고율 인상으로 경영의 어려움에 시달리는 영세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바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소상공인업계는 "최저임금으로 인한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소상공인들에게 실효성이 떨어지는 미흡한 안"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연봉 2천400만원 미만의 근로자들에게 해당되는 사항이 없어 단기근로가 많은 소상공인 업종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그러나 "산입범위 문제가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겨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하다"며 "앞으로 최저임금 제도 개선 논의에 있어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경청하며 국회가 제 역할을 발휘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의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돼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