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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직원 보호 아닌 압박 열올리는 오리온

오리온 울산 영업소장의 노조 탈퇴 압박과 관련, 검찰은 지난 3월 노조 활동 방해 혐의 등으로 해당 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오리온 법인도 정식 기소됐다. 해당 소장의 부당노동 행위에 대해 회사도 직·간접적인 책임이 인정된다고 했다.

해당 소장은 지난 2016년 부임했다. 이후 노조원들에게 노골적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 녹취된 한 노조원과의 대화에서 해당 소장은 "어떻게든 그만두게 만들 것이고 너에 대해 흠 잡으려고 회사에서 생 난리를 칠 것이고 너에 대해서 감시하겠지"라고 말했다.

오리온의 노조 탈퇴 종용과 관련 지난 24일 전 김해 영업소장인 임기홍 노조 오리온 지회장이 증언한 내용에 의하면, 회사는 이와 관련 조직적인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소장의 말을 통해 울산 영업소도 동일하게 본사 차원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녹취에서 해당 소장은 "솔직히 회사에서 (나를) 노조를 깨부수라고 보낸 거잖아"라며 "(노조원) 몇 명인지, 누구인지 본사가 다 알고 있잖아"고 말했다. 노조원에게 "너는 대표이사 머리에 박혀 버렸잖아. 그래서 문제라는 거야"라는 말도 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오리온 측은 발뺌했다. 해당 소장 개인의 일탈 행위라고 했다. 회사와 상관 없다고 했다.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하거나 개입한 적이 없다고 했다. 사람 사이에서는 의리라는 것이 있다. 이 말에서 어려움이 닥쳐오면 "난 모른다"고 해버리는 배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기본적으로 소속 돼 있는 곳이 소속된 사람을 보호해줘야 마땅한 것이다. 그 이전에 양심에 거리끼는 일은 애초에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다.

노동위원회는 해당 소장의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이에 오리온은 행정소송까지 내며 반발했다. 노동청의 고발로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지난 3월 노조 활동 방해 혐의 등으로 해당 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약식 기소가 아니었다. 해당 소장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회사의 책임도 상당 부분 크다고 인정했다.

울산 영업소에서 벌어진 노조 탈퇴 강요 문제는 이번에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작년, 해당 소장은 노조 탈퇴 요구를 하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로 부터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이미 받은 바 있다. 소장으로 부터 탈퇴 종용을 받았던 노조원은 탈퇴를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작년 3월과 5월 두차례 인사이동이 이뤄졌다. 월급도 줄어들었다.

임 지회장은 김해 영업소장이었을 당시, "근무시 노조원 동향을 회사에 보고했고 개별 면담을 통해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며 "당시 김해 영업소 지회 조합원 10명 모두의 탈퇴서를 받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임 지회장은 오리온의 부당노동행위가 일개 영업소장의 일탈이 아닌 사측의 적극적 개입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일이 있는 이유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인원을 감축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최근 4년간 오리온은 구조조정으로 전국 52개 영업소가 32개로 줄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영업사원과 도급 업체 판촉사원을 포함해 5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알려졌다.

'노조 파괴'는 삼성에서 나오기도 했다. 문건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노조 설립 방해 등 구체적 전략이 담겨 있기도 했다. KT도 과거 노조 와해 공작이 있었고 직원을 감시하기도 해 문제가 됐다.

오리온은 문제가 많은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 유독 그렇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2011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 되기도 했다. 전 가신들이 반란을 일으키기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청와대와 법무부에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사면 결사반대'라는 제목의 진정서를 제출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이용만 당하다 검찰 조사 및 형사 소송에서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강제 퇴직을 당했다"고 했다.

불구속 기소된 해당 소장의 처신에서 억압 그리고 갑질이 생각나기도 한다. 뿌린 씨앗대로 거두는 것이다. 인격을 배려하지 않는 경영 방식에서 그 회사가, 사업이 잘 될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