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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값 인상…'닭고기 가격 공시제' 효과 '미미'

채캔

닭고기 유통 가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닭고기 가격공시제'가 시행된 지 만 9개월이 지났지만 치킨값 2만원 시대를 맞은 소비자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 제도는 육계 계열화 사업자가 농가로부터 살아있는 닭을 사들이는 평균 가격(위탁생계가격)과 도계 후 대형마트·프랜차이즈·대리점에 납품할 때 받는 일일 평균 가격(도매가격) 등을 투명하게 일 단위로 공개하는 제도다.

닭고기는 소·돼지와 달리 경매 등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가격 형성이 '깜깜이' 구조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가격을 공개함으로써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가 더욱 합리적인 가격으로 닭을 소비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축산물품질평가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28일 기준 닭고기 도매가격은 2천563원, 소매 가격은 4천714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도매가격을 판매처별로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28일 10호 닭 1㎏ 기준 대형마트는 2천963원, 프랜차이즈는 2천639원, 닭고기 전문유통업체 대리점은 2천279원에 각각 납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이틀 전인 26일보다 대형마트는 353원 내려갔고, 프랜차이즈와 대리점은 57원과 192원 각각 오른 금액이다.

홈페이지에 적힌 '28일'을 클릭했더니 닭고기 납품 업체별 가격이 일목요연하게 비교돼 나타났다. 프랜차이즈 납품 기준으로 A사는 2천542원, D사는 2천324원, H사는 3천110원, I사는 2천500원 등이었다.

닭고기 공시제에 참여하는 업체는 하림, 마니커, 목우촌 등 9곳이다.

이를 두고 닭고기 회사명이 A·B·C 등 익명으로 처리돼 있어 소비자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대 800원 가까이 닭고기 가격이 차이가 나지만, 회사명이 익명으로 돼 있어서는 소비자 선택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현재 '의무'가 아닌 '자율 참여' 구조로는 정확한 정보 제공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유명 닭고기 업체 관계자 역시 "어차피 닭고기 가격은 최근 몇 년간 하향 평준화돼 있었고, 프랜차이즈에 납품하는 도매가격 역시 마찬가지"라며 "지금과 같은 형태의 공시제를 한다고 해서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완성된 형태의 치킨 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어차피 닭고기 가격은 정부가 공시제를 시행하기 이전에도 한국육계협회 등에서 평균 시세를 공개하고 있기도 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이 같은 지적은 소비자뿐 아니라 일선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에게서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일방적으로 정해진 가격에 공급받는 처지이다 보니, 개인 음식점이 아니고서야 공시제는 사실상 있으나 마나라는 것이다.

한 프랜차이즈 치킨 점주는 "어차피 본사에서 납품받는 입장에서 가격공시제는 먼 나라 이야기"라며 "최근 들여온 닭고기 가격은 한 마리에 5천원인데, 염지 등 본사 가공 과정을 거쳐 오다 보니 공시 가격과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을 두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법률 자문 결과 개별 업체명을 발표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어 어렵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닭고기와 오리고기 등의 가격을 농식품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장관은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를 공시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라며 "닭고기 가격 신고를 의무화하려면 해당 법안이 일단 통과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