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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단독주택, 고가-저가주택 공시가격 형평성 조정

아파트

정부가 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조정해 유형간, 지역간 형평성 맞추기에 들어간다. 이 경우 현재 시세의 평균 50% 선인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위는 현재 공시가격의 80%인 종합부동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최대 100%까지 상향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 두 가지 조정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 보유세율을 건드리지 않고도 주택 보유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늘어 주택시장에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31일 주택 공시가격과 관련해 "현실화율의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형평성과 투명성, 객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시가격을 개편할 계획"이라며 "주택 유형별, 지역별, 가격 구간별로 균형을 제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조만간 공시가격 개편 계획을 수립하면 내년 공시가격 산정부터 새로운 지침이 반영될 전망이다.

정부 공시가격 개편안의 핵심은 전국적으로 418만 가구에 이르는 단독주택과 1천298만 가구에 이르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형평성을 맞추는 데 있다.

현재 아파트 공시가격은 조사·산정 시점 기준으로 현실화율이 65∼70%인 반면, 단독주택은 50∼55%선에 그친다.

비교적 상품이 표준화된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은 개별성이 강하고 거래량도 많지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가격 책정이 이뤄져온 것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같은 시세의 주택을 보유하고도 단독주택 보유자들이 아파트 보유자에 비해 세금을 덜 낸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감정원은 연간 단독주택 거래량이 4만 건 정도에 불과해 실거래가 자료가 적은 만큼 인근 주택 감정평가 사례를 활용해 시세 반영률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단독주택의 현실화율을 얼마나 올릴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동주택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현재 50% 선인 단독주택의 현실화율은 최대 70%까지 높아진다.

공시가격 3억 원짜리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시세의 50% 선에서 책정됐다면 현실화율을 70%로 상향 조정하면 새로운 공시가격은 4억2천만 원으로 직전 대비 40%가 오르는 것이다.

아파트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80% 이상으로 높이기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현재 주택 가격 산정시 반영하고 있는 '80% 공시비율' 제도를 손봐야 한다.

감정평가업계는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80% 이상으로 올리려면 '공시비율 80%' 룰(rule)을 없애거나 이 기준을 상향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역별로 벌어져 있는 공시가격도 균형을 맞출 계획이다. 최근 1∼2년간 집값이 지방은 하향 안정, 서울·수도권은 단기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면서 서울은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이 떨어지고 지방은 오히려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미 올해 각각 7%, 10% 이상 오른 서울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앞으로 더 많이 올라갈 수 있다.

정부는 가격 구간별 공시가격도 형평성을 맞출 계획이어서 서울지역의 고가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상대적으로 인상폭이 커질 전망이다.

공시가격 개편과 별개로 재정특위는 내달 말께 공개할 보유세 개편안에서 종부세 산정시 공시가격의 80% 수준에서 적용하고 있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90∼100%까지 올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비율로 현재 종부세의 경우 80%를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공시가격 10억 원짜리 주택의 경우 종부세를 산정할 때 과세표준은 80%인 8억 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비율을 100%로 올리면 과세의 기준점이 공시가격인 10억 원으로 올라간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시가격 상향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조정만으로도 보유세 부담이 상당 부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시세의 50%인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70%까지 높일 경우 상당수의 주택의 재산세와 종부세가 세부담 상한까지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급격한 세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재산세의 경우 공시가격 3억원 이하는 전년도 세액의 5%, 6억 원 이하는 10%, 6억 원 초과는 30%까지, 종부세 대상(1주택 9억 원 초과, 2주택 이상 6억 원 초과)은 최대 50%까지 인상률을 제한하고 있는데 상한선까지 세부담이 증가하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A단독주택은 올해 공시가격이 9억5천600만원으로, 이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이 50%였다고 가정하고 현실화율을 70%로 상향 조정하면 13억3천84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올라간다.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원종훈 세무팀장의 도움으로 이 단독주택(1가구 1주택 가정)의 보유세를 산출한 결과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50%였을 때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해 총 291만2천원을 내면 됐지만, 현실화율을 70%로 상향하면 세부담이 437만원으로 세부담 상한선(50%)까지 증가한다.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B단독주택은 올해 공시가격이 9억1천만 원인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70%로 올리면 공시가격이 12억7천400만원으로 높아지면서 보유세도 종전 265만원에서 342만원으로 역시 세부담 상한인 50%까지 증가한다.

만약 이 주택의 세부담 상한을 고려하지 않으면 보유세 부담은 각각 510만원, 473만원으로 종전 대비 75%, 78.6% 급등하게 된다.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인상은 저가주택에도 적용되지만 세부담 상한 때문에 인상폭은 크지 않다.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의 공시가격 1억5천100만 원짜리 C단독주택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70%로 높이면 공시가격이 2억1천140만원으로 오르면서 재산세 부담이 종전 25만4천원에서 27만 원 선으로 5% 증가한다.

만약 세부담 상한이 없다면 저가주택의 재산세 부담도 37만원으로 45.7% 증가한다.

재정특위가 검토 중인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만으로는 세금 증가폭이 미미하다. 강남구 대치동 A주택 사례에서 공시가격을 그대로 두고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재 80%에서 100%로 올리면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는 총 294만원으로 종전보다 2만8천만원(0.96%)가량 오르는데 그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동시에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현재 국회에 종부세율을 높이는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세율 조정을 위한 여야 합의과정의 진통을 고려할 때 이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원종훈 세무팀장은 "올해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20∼30% 오르면서 세부담 상한에 육박할 만큼 보유세가 오른 상태"라며 "특히 2주택 이상 보유자라면 보유세 대상인 보유주택 공시가격 합산이 9억 원에서 6억 원으로 낮아져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세 증가는 주택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센터장은 "보유세 부담 때문에 주택 구매 심리가 감소해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나 급격한 인상보다는 점진적 인상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공시가격 인상은 고가주택뿐만 아니라 저가주택 보유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단기 급등 시 조세저항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보유세나 재건축 부담금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산정과 기초노령연금 수급대상자 결정 등 20여 종의 행정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토부도 이런 문제를 감안해 연차별 공시가격 인상 계획을 수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