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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 속도 높이면 韓 경제 충격 우려...한은 고민 깊어

기준금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3일(현지시간) 올해 두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한미 양국 정책금리 역전 폭이 0.50%포인트로 확대됐다. 한미 금리 차 확대는 곧바로 자금유출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 취약 신흥국이 흔들리면서 '긴축발작'으로 이어지면 내외금리 차가 상당한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

한은은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에 고민이 길어지는 듯 보인다.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 기준금리는 연 1.50%다. 양국 금리차는 2007년 8월 이래 가장 크다.

한미 금리 차 확대는 자본유출이라는 치명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계부채 증가세와 함께 한국경제 '뇌관'으로 꼽을 만하다.

미 연준이 올해 금리인상 횟수를 3회에서 4회로 늘린다는 신호를 보냄에 따라 양국 금리차가 더 빨리, 더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시장에선 아직 심각하게 우려하진 않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대외건전성, 환율 등 다른 요인도 두루 따진다는 것이다. 3월에 한미금리가 10년여 만에 역전됐을 때도 자본이 빠져나가진 않았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신흥국 불안에 투자자들이 한국으로 방향을 바꾼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한국 채권시장엔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정형민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장은 "각국이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신용도 높고, 수익률도 좋은 나라를 찾는데 우리나라가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 연준이 금리 정상화 속도를 높이는 모습에 미 금융시장은 혼조세였다. '신흥국 6월 위기설' 진원지인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주요국 금융시장은 출렁거렸다.

이제 관심은 14일 저녁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로 옮겨간다.

ECB도 예상보다 강한 긴축신호를 내면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가뜩이나 위태로운 신흥국들이 크게 흔들리고, 제2의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총재도 이날 아침 기자들과 만나 "ECB 완화 기조 축소 시사와 (미국 금리 인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국제자금 이동, 위험선호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건"이라며 "특히 최근 일부 취약 신흥국 금융불안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도 신흥국과 차별화된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 금리인상 가속 등으로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무차별적으로 돈을 빼가게 되면 오히려 유동성과 펀더멘털이 좋은 한국에서 많이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세계 경제 성장세 등을 감안하면 당장 '위기'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우진 KDI 연구위원은 "아직 장기 이자율이 매우 낮고 자본조달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며 "최근 변동성(VIX)지수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미국과 유럽의 금리인상으로 큰 위기가 오지는 않는다는 것이 컨센서스 같다"고 말했다.

금리 결정을 위한 셈법이 극도로 난해한 상황에 한은의 고민이 깊고 길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총재는 12일 창립 기념사에서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뚜렷한 신호를 주지 않았다.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상황을 지켜보며 발걸음을 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미국 금리 인상 가속화 가능성이 국내 통화정책에도 변화를 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금통위원들이) 다 고민하고 있다"며 "상황이 가변적이어서 금통위원들과 계속해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경제는 어디로 튈지 모를 굵직한 변수들이 얽혀 한 주일 앞도 '오리무중'이다. 안으로는 경기와 고용사정, 물가, 가계부채, 정부 정책, 밖으로는 주요국 통화정책,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신흥국 어려움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