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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對중국 '2차 공세'…첨단기술 투자제한 준비

트럼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대(對)중국 투자제한 조치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이 '투자제한'을 통해 중국에 대한 2차 공격에 나섬으로써 미중 무역전쟁에서 협상을 통한 타협의 여지가 줄고 양측의 분쟁이 더욱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공언한 데 이어 첨단 기술을 가진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 기업의 인수나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G2'의 규모를 발판으로 미국을 바짝 추격하는 중국을 저지하기 위해 IT·우주·전기자동차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굴기'(堀起)에 대한 견제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24일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에 이어 투자 부문에서도 중국을 강력히 견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행정부는 항공과 로봇, 인공지능, 의료장비, 철도를 포함한 주요 업종의 국내 기업과 스타트업들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들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재무부에 투자제한 방안을 마련해 금주 중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기술 사냥을 바로잡기 위해 이미 예고된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때맞춰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소식통들은 투자제한 조치의 범위와 관련, '중국제조 2025'에 속하는 10개 업종에 속하는 미국 기업들에 투자하거나 이들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제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이 2025년까지 이들 업종에서 세계적 선도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적 구상이다. 중국 정부가 이를 위해 외국 기업에 기술 이전을 강요하고 벌칙을 가하는 등 불공정 관행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불만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래의 신성장 산업을 성공적으로 장악하면 미국의 경제적 장래는 없고 국가안보는 심히 훼손되리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투자를 제한키 위한 수단으로 대통령이 경제적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폭넓은 권한을 취할 수 있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IEEPA는 1970년대에 도입된 법안으로, 북한과 이란 등을 제재하는 데 활용됐다.

행정부 내부에서는 그 집행기구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와는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모색된 것으로 알려졌다.

CFIUS는 외국인 투자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심사해 찬반 의견을 건의하는 기구로, 재무부와 국토안보부, 국방부를 포함한 17개 정부 부처 대표들이 참여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의회에서 CFIUS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결국 강경파들이 이겼고 백악관은 이미 관련 부처에 재무부의 작업을 도울 실무자를 정하도록 지시한 상태라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전문가들은 '차이나 머니'를 겨냥한 대대적 규제조치가 현실화한다면 양국의 경제관계에는 장기적으로 관세 보복을 훨씬 넘는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우선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컨설팅·리서치 업체 로디엄그룹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 중국의 인수·투자 규모는 작년 동기 대비 92%나 급감한 18억 달러였다.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는 2016년 사상 최고인 460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정치적 여건의 변화로 인해 290억 달러로 급격히 위축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