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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부터 식품유통까지' 공공서비스와 블록체인의 만남

한국에서는 블록체인하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암호화폐)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유럽에서는 공공서비스와의 연계가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8일 네덜란드 정부의 블록체인 파일럿 프로젝트를 살펴본 결과 블록체인 기술을 산후조리부터 정부 보조금, 대학 학위 인증, 출·입국 심사, 유독 폐기물 처리, 공정거래 식품 유통 등 각종 공공서비스에 접목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산후조리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더한 것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출산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재택 산후조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 비용은 보험사에 청구해야 하는데 현행 서류 제출로는 30일 정도 걸리는 과정을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끝낼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앱)이나 QR코드를 이용해 산모와 산후조리사가 양쪽 모두 서비스가 이뤄졌다는 확인을 하면 보험사에서 자동으로 비용을 지급한다.

마를로스 폼프 네덜란드 정부 블록체인 프로젝트 총괄은 "(산후조리 서비스에)총 1년의 준비기간이 들었다"며 "수개월 전부터 보험사 VGZ 한 곳에서 시범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부 보조금도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는 대표적인 공공서비스다.

정부가 이전에 바우처를 발급하면 수급자가 바우처를 상점에 내고 상점에서 정부에 이를 보내 비용을 청구하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블록체인 스마트 컨트랙트로 이 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

현재 암스테르담 등 3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이며 전기자동차 보조금이나 신호등 수리 보조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학위도 블록체인을 통해 인증·발급기관을 대학에서 학위를 가진 개인으로 전환하는 경로에 있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굳이 대학을 거치지 않아도 학위를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독 폐기물을 운반하는 경우 국가마다 유출 시 피해를 보상할 수 있다는 잔고 증명과 면허 등을 확인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로 출발 국가에서만 확인하면 이 정보를 타국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어 절차가 단축된다.

식료품의 유통과정을 블록체인 위에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코코넛과 커피 원두의 경우 수확 후 공정한 비용을 내고 농부에게서 사들였는지, 어떤 경로로 유통되는지가 블록체인 상에 변조 불가능한 정보로 남게 된다.

네덜란드 정부가 이처럼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것은 블록체인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인공지능(AI)이나 로봇 기술과 관련해서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없지만 블록체인은 추상적인 기술이라서 정부의 인식이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작은 규모의 시범서비스를 시작해보고 실제로 와 닿는 기술의 활용 사례를 만들어낸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연구를 시작한 뒤 시범서비스(프로토타입)를 만들고 이를 작은 지자체 단위에서 시험해본 뒤 확장해서 국가 단위 서비스로 만드는 단계를 밟을 예정이다.

폼프 총괄은 "현재 35개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몇 개를 선정해 집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