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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금리 상승세…대출부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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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금리가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신용대출이 향후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높아졌다. 2일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추이를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 신용대출금리는 지난해 8월 3.7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반등하기 시작해 올 5월 4.56%까지 올랐다.

9개월 사이 0.78%포인트 상승한 셈이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3.28%에서 3.49%로 0.2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신용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국내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덩달아 오른 영향 때문이다.

금융채Ⅰ(AAA등급)의 6개월물이 2017년 8월 1일 1.396%에서 2018년 5월 31일 1.783%로 0.387%포인트 올랐다. 은행들은 대개 금융채 6개월물에 가산금리를 더해 신용 대출금리를 산정한다.

주요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은행연합회 공시기준으로 국민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9월 2.71%에서 올 6월 3.96%로 1.25%포인트나 올랐다.

은행연합회는 전월에 신규로 취급한 대출의 금리를 공시한다. 올 6월 공시한 금리는 은행들이 전달인 5월에 신규로 취급한 대출의 금리를 가리킨다.

국민은행은 2017년 9월에 주요 은행 중에 신용대출금리가 가장 낮은 탓에 상승폭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신용대출의 기준금리가 0.38%포인트 오르는 동안 가산금리를 0.90%포인트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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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5대 시중은행들도 신용대출 기준금리가 국민은행과 비슷하게 올랐지만 가산금리는 많아도 0.12%포인트 인상(신한은행)하는 데 그치거나 되려 0.17%포인트 인하(우리은행)했다.

지난해 9월∼올 6월 신용대출금리는 신한은행 0.46%포인트, KEB하나은행 0.42%포인트, NH농협은행 0.41%포인트, 우리은행 0.09%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하나은행은 금리 자체도 5대 은행 가운데 제일 높으면서도 상승폭도 컸다. 이는 신용대출상품 중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 상품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하나은행은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들어 연체 가산금리를 내린 탓에 전반적인 신용대출 금리 상승폭이 가장 작았다. 신용등급별로 보면 중신용자의 대출금리가 많이 올랐다.

국민은행은 3∼4등급이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 사이 1.55%포인트, 5∼6등급도 2.18%포인트나 각각 상승했다.

하나은행은 5∼6등급(0.40%포인트), 농협은행은 3∼4등급(0.46%포인트), 신한은행은 3∼4등급(0.47%포인트)의 금리 상승폭이 큰 편이었다.

금리가 오른 데다가 신용대출 자체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에서 올 1분기에 가계신용대출이 16조7천억원이 증가했다. 이중 은행권에서 12조3천억 원, 비은행권에서 4조4천억 원이 늘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자금을 융통할 길이 막힌 부동산 구매자들이 신용대출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부터 다주택자를 옥죄는 신(新) DTI를 시행 중이며 3월엔 은행권에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도 도입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분양시장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면서 고액의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신용대출로 충당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금리가 대세 상승기로 접어들고 있어 대출금리 인상과 함께 대출액이 늘어나는 신용대출이 향후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도 이런 점을 인식해 신용대출을 하반기 리스크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개인사업자대출에 경각심을 갖고 각별히 유의해서 살펴봐야 한다"며 "은행권 등 일부 업권의 신용대출 증가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신용대출의 증가세가 큰 업권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차주 신용도가 낮고 대출금리가 높은 일부 비은행의 신용대출 취급실태를 밀착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