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에 국내 경제‘비상’…자동차·철강 수출길 '캄캄’

재경일보 윤근일 기자 윤근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기사입력 2018.07.13 10:09:37

자동차

미·중 무역전쟁이 촉발한 보호무역주의로 국내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고율 관세, 세이프가드 등 철강, 자동차 분야에서 벌어지는 무역전쟁이 기업 생산 및 수출 감소로 이어져 국내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고율 관세에 보복 관세로 맞서고, 여기에 유럽연합(EU)까지 가세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수입 승용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려는 미국 정부 방침에 자동차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불투명한 경제 전망에 지역 경기지수도 계속 악화하는 총체적 비상상황을 맞고 있다.

△고래 싸움에 터지는 새우등…대미 수출 취소까지 검토

경남지역 기계 중심의 제조업체들은 엔진, 펌프, 공기조절기 등 산업용 제품 수출이 미·중 무역 전쟁의 피해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산업용품에는 경남에 있는 기업이 만든 완제품이나 부품이 들어간 제품이 많다.

아직은 수출감소 등 피해가 드러나는 단계는 아니지만, 중국산 산업용품의 대미 수출이 줄면 국산 제품의 대중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경북 포항 철강업계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세이프가드 잠정 도입 결정에 한숨을 쉬고 있다.

EU 집행위는 미국의 철강제품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한 EU 철강업계 피해를 막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수입량에 따라 나라별 쿼터를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

EU에 국산 철강제품을 주로 수출하는 기업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다.

두 회사의 EU 수출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4% 정도에 불과하지만, EU 수출이 줄어든 다른 나라 철강제품이 동·서남아시아 등으로 몰려 경쟁하게 되면 중견 철강업체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포항 철강업체들은 이미 미국이 요구한 쿼터제(2015∼2017년 평균의 70%) 수용으로 수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포항시는 미국의 철강 규제로 인해 넥스틸, 세아제강 등 지역 철강업체 피해액을 2천억 원으로 추정한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넥스틸은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방법 외에 돌파구가 없다며 현지 공장을 짓고 있다.

포스코는 미국 수출량이 적어 타격이 덜했지만, EU가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인천항을 통해 원자재를 받아 가공한 뒤 미국으로 수출하는 중국 가공·수출업체 생산활동이 위축하면 인천항 물동량도 당연히 타격을 받는다.

올해 3월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24만5천245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지난해 같은 달 25만8천65TEU보다 5% 줄었다.

인천항만공사는 "미국의 철강 수입 규제 권고안 발표로 2월부터 인천항 물동량이 줄기 시작해 미·중 무역전쟁이 빚어진 3월에는 물동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 설상가상…자동차 미국 수출길 막히나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오는 19∼20일 공청회를 거쳐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수입자동차와 부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는 현재 2.5%인 수입 승용차 관세를 10배인 25%로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

현대자동차는 울산공장에서 투싼, 코나, 제네시스 등 연간 33만대 가량을 미국에 수출한다.

관세가 25%로 오르면 투싼 현지 가격이 500만원 정도 상승하는 등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수출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부품 가격도 상승하기 때문에 앨라배마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도 가격상승 압박을 받게 된다.

자동차업계에서 현대차 수출이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 노조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전적으로 불리한 한미 FTA 재협상 결과를 무시하고 한국 자동차와 부품에 관세 25%를 이중 페널티로 추가 적용하면 오랜 동맹에 금이 가고 공정 무역에 치명적 손상을 줄 수 있다"는 논평을 낸 것은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다.

노조는 "단체협약상 불황으로 공장폐쇄가 불가피할 경우 해외공장 우선 폐쇄가 원칙이어서 미국 수출 봉쇄로 경영이 악화하면 앨라배마 공장의 미국인 노동자 2만여명이 우선 해고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부산에 본사를 둔 르노삼성차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부산공장에서 26만4천37대를 생산해 17만6천271대를 수출했다. 이 가운데 미국 수출물량은 전체 생산량 절반에 육박하는 12만3천202대다. 전체 수출물량 69.9%가량이다.

완성차 업계 부진은 자동차부품업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지역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지난해 생산차 49만2천233대 가운데 37.3%인 18만3천959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쏘울(전기차 포함) 10만9천625대, 스포티지 7만4천334대 등으로 쏘울은 광주공장 생산량 66.2%를 미국시장에 수출했다.

2016년 말 기준으로 기아차 광주공장은 광주 제조업 종사자 10%, 광주시 총생산액 32%, 광주시 총수출액 40%를 각각 차지했다.

수출물량 감소에 따른 매출 저하나 휴업은 기아차 광주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1∼4차 협력업체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이 부진을 이유로 꼽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제조업 생산과 수출 감소가 지속해 지역경제 침체가 우려된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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