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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월 정기예금 39조 증가…은행에 뭉칫돈 몰려

예금

올해 5월까지 은행 정기예금 증가 규모가 이미 작년, 재작년 연간 증가액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예금 금리가 낮은 상황임에도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대표 안전자산인 정기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5월 말 기준 656조5천13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617조4천699억 원)보다 39조433억 원 늘어난 수준이다. 1∼5월 누적 기준으론 2010년(69조174억 원) 이후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올해 5월까지 증가액만으로 작년(30조4천933억 원)은 물론 재작년(17조4천224억 원) 연간 증가액을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은행 정기예금이 빠르게 불어난 것은 지난해 7월 유동성커버리지 비율(LCR·Liquidity Coverage Ratio) 산정기준이 강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CR는 향후 30일간 순 유출할 수 있는 현금 대비 고(高)유동성 자산의 비율을 뜻한다.

금융기관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30일 동안 감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금융당국은 은행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이 비율을 강화해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이 LCR 강화에 대비하기 위해 예금 등을 조달해 채권 등 금방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확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안한 미래에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정기예금 가중평균 금리가 1.81%(5월 기준)로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은행에 돈이 몰리는 현상으로 봤을 때 이 같은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린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하고 주식시장이 흔들릴 것으로 예상하면 가계는 수익률이 낮더라도 원금 손실 없이 안전한 은행 정기예금으로 자산을 몰아두려 한다.

불확실성 확대는 기업들에도 은행 정기예금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한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미리 자금을 조달했으나 미래가 불투명해 선뜻 투자하지 못한 경우 은행 정기예금에 돈을 맡기게 된다.

실제로 한은에 따르면 회사채는 2016년 6조7천억 원 순상환(발행<상환), 2017년 3조5천억 원 순 상환했으나 올해 들어선 1∼6월 4조6천억 원 순발행(상환<발행)으로 전환했다. 기업들이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했음에도 투자에 나서지 않아 유동자금이 정기예금으로 흘러들었다는 분석에 힘을 실는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LCR과 같은 제도적 요인 영향이 있을 때나 시장이 많이 흔들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부각할 때, 미래가 불투명한데 기업들이 투자 수요와 무관하게 자금을 조달할 때 정기예금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