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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주거·위기업종 등에 3.8조 더 푼다...고용 부진 타개‧내수진작

김동현

정부와 공기업이 하반기에 일자리 창출력을 키우기 위해 융자사업을 중심으로 3조8천억 원을 더 풀기로 했다. 이는 지난 5월 확정된 청년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같은 규모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한 고용상황 타개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내년부터 소득 하위 20% 이하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30만원으로 앞당겨 인상되며, 저소득 근로가구에 세금환급 형태로 지급하는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액은 현재의 2배 이상인 4조 원 안팎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졸업하고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청년에게는 6개월간 월 50만 원 한도의 구직활동지원금을 준다.

또,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호소하는 자영업자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 ‘소상공인페이’가 도입된다. 당장 19일부터 연말까지 승용차 구입 시 개별소비세를 30% 인하하는 내수진작 대책도 추진된다.

정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올해 상반기 임시ㆍ일용직 일자리가 1년 전보다 20만개 감소하고 1분기 소득하위 20%(1분위) 가계의 소득이 8.0% 줄었다. 이 같은 저소득층의 일자리ㆍ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번 대책이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 근로장려금 대폭 확대

2009년 도입된 EITC는 ‘일하는’ 저소득가구에 근로장려금(단독가구 최대 85만 원, 외벌이 200만 원, 맞벌이 250만 원)을 주는 제도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근로장려금 지원대상과 지원액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먼저 지원대상이 단독가구(현행 1,300만 원→2,000만 원), 홑벌이(2,100만→3,000만 원), 맞벌이(2,500만→3,600만 원) 등으로 높아진다.

또 30세 미만 단독가구도 지원 대상에 추가하기로 해 이 경우 EITC 수급자가 334만 가구 안팎으로 두배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지급액도 대폭 늘어난다. 최대 85만 원인 단독가구의 근로장려금은 최대 150만 원으로 76% 오른다. 홑벌이와 맞벌이 가구의 최대 지급액 역시 내년부터 각각 260만 원, 30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이에 따라 총 지급 규모도 1조2,000억 원에서 3조8,000억 원으로 확대된다. 지급 방식도 바뀐다. 지금은 매년 9월에 한번 주던 것을 앞으로는 연간 두 번 지급한다.

△ 소상공인페이로 카드 수수료 부담 줄인다

정부는 소상공인 전용 결제시스템인 ‘소상공인페이’를 구축해 소상공인의 결제수수료 부담을 0%대 초반으로 완화할 계획이다. 카드사ㆍ밴(VAN)사를 거치지 않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바로 지급되는 플랫폼을 개발해 카드 수수료 부담(연 매출 3억원 이하 기준 0.8%)을 덜어주겠다는 계획이다.

또 이달 31일부터 카드 수수료 산정체계가 개편돼 편의점ㆍ제과점ㆍ약국 등 소액결제가 많은 업종의 수수료 부담이 지금보다 0.28~0.6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 수수료 산정기준이 결제 건수가 아닌 결제금액으로 바뀌기 때문에 결제건수는 많지만 건당 결제금액 자체는 적은 편의점 등이 혜택을 보게 된다.

또 정부는 소상공인이 상가를 저렴하게 임차할 수 있도록 ‘빈 점포 활용 임대사업’ 추진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가 도시재생ㆍ상권 쇠퇴지역 노후상가를 매입해 리모델링한 후, 이를 저렴하게 임대하는 방식이다.

현행 5년인 상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10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출상품인 ‘해내리 대출’(10인 미만 소상공인 대상)도 올해 안에 1조 원 추가 확대된다.

△ 승용차 구입 시 세제 지원, 5%→3%

내수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각종 재정ㆍ세제 지원도 담겼다. 정부는 승용자동차(경차 제외), 이륜자동차, 캠핑용 자동차 등에 대해 연말까지 개소세를 현행 5%에서 3.5%로 인하하기로 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19일부터 승용차 구입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금년 말까지 30%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되는 노후 경유차(2005년 말 전 등록차량)을 조기 폐차할 경우 3.5톤 미만 차량은 최대 165만 원, 3.5톤 이상은 최대 770만 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조기 폐차 지원대상을 내년 15만대(올해 11만6,000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내년 1월 1일부터 노후 경유차(2008년 말 전 등록차량)를 조기 폐차 후 신차를 구입시 100만 원 한도로 개별소비세를 70% 감면해주기로 했다.

승용차 개소세 인하는 2015년 8월 말∼2016년 6월 인하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도 개소세를 3.5%로 낮췄다. 애초 2015년 말까지 인하하려고 했으나 경기 위축 등으로 6개월 연장됐다.

정부는 소비심리 위축에 대응하고 하반기 내수유지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개소세 한시 인하를 결정했다. 게다가 개소세를 인하하면 업체들도 차량 가격을 인하할 요인이 생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승용차 개소세가 인하되면 출고가격 기준으로 2천만원이면 43만원, 2천500만 원이면 54만 원 인하 효과가 있다"며 "승용차 가격 인하를 유도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금

△ 내수진작 4조 투입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금운용계획 변경, 공기업 투자 등을 통해 3조8천억 원 규모로 재정지출과 투자를 확대한다.

먼저 이달 내 주택도시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의 주요항목 지출금액 중 3조2천억원에 대해 기금운용계획을 변경, 주택구입·전세자금대출, 구조조정 업종 보증 확대 등 초과수요가 있는 융자사업을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한다.

또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을 통해 공공기관 태양광 보급 사업 등에 3,000억 원을 추가 지출한다. 더불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도공사 등 공기업이 주거ㆍ안전ㆍ환경 분야에 6,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고용보험기금에서는 현재 유급휴직자 외에 무급휴직자에 대해서도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하고,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는 공공기관 태양광 보급을 늘린다.

정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주요항목 지출금액의 20% 범위에서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이와 함께 LH·수자원공사는 노후 공공임대아파트 개선과 시화호 주민 기반시설공사, 토지보상 등에 4천억원을, 도로공사와 철도공사, 발전공기업, 환경공단 등은 CCTV·안전난간 확충, 도로비탈 사면 정비, 신재생에너지와 연료전지 확충 등에 2천억원 을 각각 투자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추경은 직접 특정 대상을 지원하는 보조사업이 대부분이지만, 기금은 융자사업 위주여서 지원 효과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