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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반도체 부진에 투자 위축…규제까지 韓경제 '발목’

나동차

설비투자가 17년여 만에 기록적인 감소를 이어가면서 한국 경제의 활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 보고서 등에 따르면 전월과 비교한 설비투자지수(계절조정)는 올해 3∼6월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설비투자가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했던 2000년 9∼12월 이후 17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올해 6월 설비투자지수 원지수는 1년 전보다 13.8% 하락했다. 이는 2013년 2월 23.1% 하락한 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경기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 설비투자 감소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기업경기 실사지수(BSI)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산업 업황 BSI는 올해 5월 81을 기록했다가 6월 80, 7월 75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투자

전체 산업 업황 BSI는 작년 2월 74를 기록한 후 최근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된 것이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경제를 지탱한 주력산업이 부진한 가운데 이를 대체할 새로운 산업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투자가 감소하는 구조적 원인으로 꼽힌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및 투자 증가를 이뤘지만, 이제 반도체가 주춤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세계 경기가 상승세를 탔을 때 반도체 부품 자원 등 투자에 필요한 중간 부품을 공급하며 미리 상승했는데 이 분야의 힘이 빠지면서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작년에 반도체에서 설비투자를 이끌던 흐름이 일단락된 것이며 올해는 작년 수준을 유지할지는 모르겠으나 더 끌어올릴 힘이 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주력산업인 자동차산업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산 차 내수 판매량은 76만711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3.1% 줄었다. 상반기 국산 차 수출량은 122만2천528대로 전년 동기보다 7.5% 감소했으며 2009년 상반기 93만9천726대를 기록한 후 최근 9년 사이에 최저이다.

중국이나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주목을 받는 카풀 등 공유경제나 원격의료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 산업은 규제에 가로막혀 제대로 시작도 못 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산업 혁신과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는 규제 현실과 관련, 최근 "취임 후 40차례 가깝게 규제개혁 과제를 건의했는데 일부 해결된 것도 있지만, 상당수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고 언급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가 공정한 경제 질서 확립을 강조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노동 안정성을 확대하는 정책에 힘을 실으면서 기업이 투자를 더 망설이게 됐다고 분석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기업 규제나 공정한 경제 질서 확립 기조로 인해 대기업의 투자 의욕이 위축됐고 중소기업의 경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