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기자의 눈] 한국GM 어려움 인지하고도 내버려뒀던 산업은행

KDB산업은행은 한국GM과 지난 5월, 경영정상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과정 속에서 산업은행의 관리 소홀 책임 문제가 있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에 의하면, 산업은행은 이미 한국GM이 독자 경영이 불가능하고 개선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를 무시했다. 경영자의 지식과 경험이 미약하고 위기 대응 능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공감대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재무 관리가 자금 담당자 개인 역량에 의존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상태이기도 했다. 회계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은 상황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현금 흐름이 악화 돼 대처 능력이 취약하며 자금 부족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정부 지원 가능성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에 이같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작년 6월 27일, 한국GM의 신용등급을 'CCC'(채무 불이행 위험이 매우 큰 상태)로 매겼다. 경영 상태를 이같이 평가한 것이다. 해당 등급은 산업은행이 추가 대출을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만약 대출을 했줬다면, 감사원의 감사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산업은행은 매년 6-7월 사이 한국GM의 신용도를 평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작년 12월,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에게 요구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산업은행이 한국GM의 사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같은 요구를 한 것이다. 의사결정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요구 사항이 있었고 실효성 있는 대화를 위해서였다면 미국 GM 본사와 협상을 했었어야 했다. 이런 움직임을 통해 대책이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고 관리 제도가 GM 본사의 의사결정에 종속 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 가운데 지난 2월, 군산 공장 폐쇄 조치가 이뤄졌다. 산업은행이 2대주주(지분 17%)로서 감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은행은 GM의 협조가 없었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지적에 대해 산업은행은 소액주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다행히 한국GM의 경영이 정상화 됐지만 지난 과정에서의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늘 마음에 있었다. 독자 경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버려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정부가 100% 출자한 곳이고 늘 '갑'의 위치에 있다.

상반기, 한국GM에 대한 '철수설'이 들끓었다. 나라와 지역 경제가 달린 문제였고 많은 이들의 일터와 관련된 일이었기 중차대한 일이었다. 때문에 산업은행의 책임론은 언급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더 나아가 아는 상황에서 외면한 모습은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지나간 일로만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산업은행은 부실 기업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일 처리를 제대로 한 곳이 드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에서 행해지는 갑질도 추가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겠지만 먼저는 이같은 관리 소홀 책임 문제에 대해 지적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같은 일이 앞으로도 계속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