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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BMW만 불 타는 차? 통계가 말하는 바는

언론의 속성이라는 것이 그렇긴 하지만, 최근 국내서 벌어진 BMW 차량 화재 이슈를 보며 "저렇게 혹독한 비판을 받는 것이 정말 맞는 것일가?"란 생각이 있었다. 남을 비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게 될 때 진실을 제대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소방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국내에서 5000건 가량의 화재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에 14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제조사별 화재 수치만 보면, 올 해 7월까지 BMW 화재는 71건이 발생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1381대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기아차는 514대다. 작년의 경우, 현대차, 기아차, BMW 각각 2377대, 895대, 95대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단기간 내에 BMW 차량에서 화재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니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이 있기도 하다. 원인은 있을 것이고, 제조사의 입장도 이미 내놨다. 화재 원인에 대해 BMW는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결함이라고 해명한 상태다. BMW의 71건 화재라는 수치에는 EGR 결함에 따른 이유 외에 기계적 요인, 전기적 요인 등의 발화 요인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비판을 하더라도 근거를 가지고 지적하는게 옳은 일일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화재 우려로 리콜이 결정된 BMW 차량 중 긴급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에 대해 운행 정지 명령을 내려주기로 요청하는 대국문 담화문을 발표한 지난 14일, 불이났던 다른 제조사들은 뭔지, 제대로된 조치를 취하고 있는게 맞는 것인지 비판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통계가 말해주고 있는 것이 있고 변호해주는 부분이 있다. 최근, 국내서 벌어진 화재 사고만봐도 BMW에서만 불이 나지 않았다. 지난 16일, 현대차 그랜저에서 불이 났고 지난 9일에는 현대차 에쿠스에서 불이나 사람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같은날에는 현대차 아반떼에서도 불이 났다. 7월에는 아반떼와 기아차 K5에서도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

또, 9일에는 르노삼성자동차 SM5에서도 불이 났다. 폭스바겐도 화재 사건으로 제조사와 고객간 다툼이 진행 중이다. 해당 차량은 2015년식 '제타'이고 EGR 입구 연결부위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했다. 제조사 측은 "책임이 없다"라고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재는 그냥 나지 않는다. 모두 결함으로 인한 결과다.

​물론, 올 해 발생한 BMW 화재 사고는 현재까지 41건이고 이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제조사와 비교, BMW 차량에서 화재가 심각한 수치로 더 발생한건 분명 아니라는 점이다. BMW도 결함을 인정했고 조사 결과를 통한 해명을 내놨다.

BMW 코리아가 20일 부터 리콜을 시작한다. 리콜 대상 차량(약 10만6000대) 중 약 10만대 안전진단을 완료한 상태다. 지난 17일,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BMW 도이치모터스 성수 서비스센터 밖에는 안전진단을 위함인 것으로 보이는 차량들이 밖에 정차 돼 있는 모습이 보였고, 안전 진단을 수행하고 있는 BMW 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피곤한 모습으로 잠시 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BMW 코리아는 전사적으로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여럿 제조사들의 차량에서 벌어진 화재가 폭염으로 인한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보여지나 어쨌든, 위험한 화재 사고가 결함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이는 큰 문제일 것이다. 사고의 원인은 밝혀져야 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그러나, 비판을 가하기 전에 통계는 좀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