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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 소득7천만원 제한...투기 근절 우선vs 실수요자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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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자금대출을 활용한 부동산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전세보증 개편 방안에 수요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고소득자 기준이 너무 낮게 설정돼 실수요자들이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29일 금융당국은 10월부터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 보증을 받는 전세자금대출의 자격요건을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신혼부부는 8500만원) 및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로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혼 맞벌이부부는 8천500만원, 1자녀 가구는 8천만원, 2자녀는 9천만원, 3자녀 1억원 이하로 차별화된 소득 기준을 적용한다.

통계청이 2016년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과 전국 2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연소득 7000만 원이 넘는 가구는 전체 23.4%로 가구당 평균소득은 5010만 원으로 나타났다.

통계상으로는 전체의 20%대에 드는 ‘고소득층’으로 분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막상 현실에선 대출 없이 이들이 주거생활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 정부, 실수요자 피해보다 투기 근절이 우선=정부는 일부 실수요자 피해는 예상하지만, 이 보다 투기근절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다주택자들이 전세대출을 갭투자 등 부동산 투기자금으로 활용하는데 대해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전세보증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제한, 실수요자 타격 불가피=정부 방침대로면 상위 30% 가구는 무주택 또는 1주택자여도 전세대출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실수요자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 보증을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 원으로 제한하면 소득상위 가구의 30%가 전세대출 시장에서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신혼부부의 26%가 부적격이 된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소득 상위 30%인 8분위(월평균 588만2435원) 가구부터 연소득이 7000만원을 초과한다. 신혼부부의 경우에도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부부합산 연소득이 8500만원 이상인 가구가 26%에 이른다.

△전세보증 못받으면 월세로 밀려날 수도=수요자들은 전세보증을 받지 못해 전세 자금을 자력으로 구하지 못하는 경우, 월세로 밀려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수요자들이 가장 문제를 삼는 것은 전세보증상품 이용대상을 부부합산 연소득 7천만원 이하로 정해 추진하는 데 있다. 

사실상 전세보증을 받아야만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현재 왜곡된 시장 구조에서부터 출발하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

시중은행들은 전세자금대출을 하기에 앞서 대출자들에게 전세보증을 요구한다. 즉 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이 제공하는 전세보증이 없으면 전세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이들의 보증금액이 전세대출의 80%이므로 은행들은 사실상 전체 전세대출의 20%만 대출하는 셈이다.

현재 주금공 비중은 50% 정도지만, 당국이 나머지 기관의 보증요건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사실상 모든 전세자금대출이 ‘7000만원룰’에 걸릴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 SGI서울보증이 전세보증을 부부합산 연소득 7천만원 이하인 사람들에게만 공급하면 소득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전세대출 시장에서 쫓겨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즉 이들은 전세자금을 자력으로 구하지 못하면 월세로 가는 상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소득요건에 걸린 이들은 월세로 살거나, 높은 이자를 주고 신용대출로 전세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신용대출은 전세대출에 비해 금리가 2∼3% 높고, 1억 원 넘게 빌리기도 어렵다.

은행권 관계자는 “소득요건에 걸리면 높은 이자를 내고 신용대출을 쓰던지, 서울 밖이나 수도권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