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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 서울 집값,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 감지

아파트

정부와 당·정·청이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대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2014년 8월 이후 지난 8월까지 4년 1개월(49개월) 연속 상승하고,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7억238만원으로 7억원을 돌파했다. 강남의 일부 아파트는 3.3㎡당 가격이 1억원에 달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주택 부족하지 않다”에서 '공급 확대'로 전환=최근 당·정·청은 한 목소리로 서울 인근에 주택공급을 대폭 늘리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실수요자를 위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시장 전문가 등의 주장에 대해 "2022년까지 주택 공급 물량은 충분하며, 집값이 뛰는 것은 공급 부족이 아니라 투기 수요 때문"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국토부는 수도권 신혼부부희망타운 공급 확대 방침에 이어 지난달 수도권에 2022년까지 신규 확보하는 공공택지 목표량을 30곳에서 44곳 이상으로 14곳 이상을 늘리기로 하는 등 최근 '공급 확대' 방안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44곳 이상의 신규 공공택지에서 나오는 주택은 36만2천호에 달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치권의 주문은) 수도권 택지를 조기에 확보하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수도권 택지 조성 속도를 높이면 공급량도 당초 목표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사업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도심 개발이나 정비사업에서 규제를 일부 완화해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장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 등 도심의 상업·준주거 지역에서 주거 비율을 일부 높여주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일부 전문가들이 서울지역 공급 확대 방안으로 제안하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는 검토되지 않고 있다. 시장에 '규제완화=집값 상승'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보유세 강화 및 거래세 인하 가능성 검토=당정은 지난달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뛰어넘어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이에 맞춰 거래세 인하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해찬 대표가 지난달 30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3주택 이상이거나 초고가 주택 등에 대해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를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정부에서도 강력히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종부세 인상안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유세를 높인다면 양도세 등을 낮춰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에 공감을 표하며 "집값 폭등 사태가 없더라도 가격이 안정되면 자유롭게 거래하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엄밀하게 세법상의 거래세는 '취득세'이고 양도소득세는 '소득세'에 속한다.

실제 정부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주택 매물 잠김 현상을 완화하고 거래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럴 때마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양도세 강화를 내세웠고 투기수요를 막기 위해서라도 양도세 인하는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해왔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이제는 여당과 청와대에서도 언급되면서 정부 정책 노선 수정으로도 이어질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거래세 인하 방안에 대해 "종부세 개편 등 집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제 개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함께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