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주 52시간 근무 3개월...달라진 직장인들의 삶

주52시간

지난 7월 1일 300인 이상 사업장에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해당 기업들은 연장-휴일근로 포함 1주 최대 52시간으로 단축해야 한다. 개정법이 시행된 3개월이 지는 지금,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 광화문 직장인 근무시간 55분 감소=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많은 서울 광화문 일대 직장인의 근무시간이 평균 55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2일 KT와 BC카드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3개월을 맞아 유동인구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8월 1일∼9월 16일 광화문 일대 직장인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체류시간)은 작년 동기보다 평균 55분 줄었다.

반면 종업원 300인 이하의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많은 가산디지털단지는 평균 근무시간이 5분가량 증가했다.

▲ 여가활동과 관련한 소비 증가=근무시간이 줄면서 여가활동과 관련한 소비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BC카드가 8월 19일∼9월 15일 서울시내 가맹점 매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점, 헬스클럽, 영화관 등 여가 활동 관련 업종의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평균 9.2% 증가했다. 해당 기간 전체 매출 증가 규모는 16억원이었다. 해당 지역 모두 근무시간이 감소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 음식‧주류 관련 업종 매출 줄어=한편,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음식‧주류 관련 업종에서 소득이 줄어 생활이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늘고 있다. 식당과 주점의 불이 일찍 꺼지면서 대리운전 기사와 택시기사도 수입이 크게 줄었다는 하소연이 늘고 있다.

직장인 비율이 높은 종로구와 금천구는 여가활동 매출이 각각 7.7%, 6.7% 감소했다. 광화문과 판교 지역의 경우 오후 6시 이후 음식, 주류 관련 업종 매출이 10.3∼14.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 기사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저녁에 회식하는 직장인이 줄어 수입이 줄었다고 말했으며, 택시업종에서도 밤11시에 직장인이 줄어 사납금이 걱정이라는 기사들도 있다.

늦은 밤까지 술잔을 기울이는 곳으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간장게장 골목도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손님이 거의 없어 썰렁한 분위기다.

상권이 위축되어 매출 감소를 이겨내지 못하는 자영업자들도 나오고 있다. 워라벨 풍조속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외식비를 아껴 해외여행을 가는 이들도 많아 매출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8월 말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은 456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105만명)에 비해 11.1% 늘어났다. 이는 전년 대비 지난해의 증가율(7.5%)보다 높은 수준이다.

▲ 직장인들, “실질 근무 그대로인데 월급만 줄어”=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직장인들 사이에 근무는 그대로인데 수당이 줄어 월급이 줄어들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 법률에서는 주당 표준근로 40시간에 야간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을 더해 총68시간을 허용하고 있지만, 개정 법률에서는 휴일 근로 16시간을 인정하지 않아 총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특히 초과 근로와 휴일 근로로 받는 수당이 급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영업직 사원처럼 외근이 많아 시간 외 근무 시간을 일일이 측정하기 어려운 근로자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후 근로시간이 제한되어 임금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 여가 관련 검색어 증가=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영향으로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주요 SNS에서는 '여가' '퇴근' '육아' 등이 언급량 순위 상위에 올랐다. 특히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언급량은 10배(2천152회→2만1천663회) 급증했다.

지역별 여가활동 관련 매출 증가율을 보면 동작구가 70.3%로 가장 높았고 강서구 66.3%, 동대문구 42.7% 순이었다.

KT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직장인의 전체적인 여가 활동 소비가 늘었고, 회사 근처에서 여가나 식사를 즐기던 직장인이 퇴근 후 집 근처로 이동해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9월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단축 이후 삶의 질과 관련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응답이 57.2%,'이전보다 나빠졌다'는 답변이 8.9%였다.